제21화
고건우는 사직서도 처리하지 않아 진한나가 정상적으로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게 만들었다. 심지어 무단결근이라며 완벽했던 이력서에 더러운 오점을 남기려 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권리로? 고작 8년 사귀었다는 이유로? 아니면 한때 내가 미친 듯이 사랑했다는 이유로?'
진한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픽 웃어버렸다. 소파 위에 던지듯 내려놓은 쟈넬 겉옷을 들어 아무렇게나 어깨에 걸쳤다.
“알았어요. 지금 갈게요.”
진한나는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고건우와 그 애지중지하는 ‘가연 동생'이 이번에는 대체 무슨 쇼를 벌일지.
반 시간 후 대명 그룹에 발을 들이자마자 진한나는 자리에서 달려오는 주혜원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나 씨, 드디어 오셨네요!”
주혜원은 진한나를 한쪽으로 끌고 가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작은 얼굴에는 진한나를 향한 걱정과 이 사태에 관한 궁금증을 드러내고 있었다.
“요즘 출근 안 해서 모르죠? 대표님의 약혼녀라는 소가연 씨 있잖아요. 그 여자가 지금 우리 모델팀의 새로운 팀장으로 들어왔어요. 한나 씨 해고하겠다고 한 것도 그 여자가 먼저 얘기를 꺼낸 거예요.”
진한나는 눈썹을 튕겼다.
‘모델팀의 새로운 팀장이라니?'
얼마 전만 해도 고건우는 그 자리가 진한나의 것이 될 거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진한나의 사직서를 수리하지도 않고 약혼녀라는 작자를 그 자리에 앉혔다니 정말이지 역겨워 헛구역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진한나는 본능적으로 밀려오는 불쾌감을 억누른 채 주혜원의 손을 토닥여 주었다.
“고마워요. 이제 알겠네요.”
더는 말하지 않고 곧장 사무실 구석에 있는 공용 프린터로 걸어가 무표정한 얼굴로 새 사직서를 출력했다.
갓 출력한 종이에서는 아직 따듯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진한나는 10cm 높이의 쟈니추 하이힐을 신은 채 대리석 바닥 위를 또각또각 걸으며 단호하게 대표실로 올라갔다.
역시나 대표실 앞에 있던 고건우의 비서인 임민재가 진한나를 막아섰다.
“진한나 씨, 대표님께서는 지금 손님과 대화하시는 중입니다. 들어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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