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한 장의 사진은 진한나를 얼음 동굴에 빠진 것처럼 얼어붙게 만들었다.
사진 속에는 몇 년 전의 그녀가 있었다. 그때는 기념일이었던지라 일부러 고건우가 좋아하는 섹시한 검은색 레이스 잠옷을 입고 있었다.
요염하게 고건우의 몸 위에 앉아 두 팔을 목에 감싼 채 매혹적이면서도 방탕하게 웃었다. 진한나의 눈빛 속에는 고건우를 향한 사랑과 집착도 담겨 있었다.
이 사진은 두 사람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이었고 그녀가 고건우를 뼛속까지 사랑했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진한나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고건우가 이렇게나 비열하게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건우는 그들에게 있어 가장 사적인 것으로, 한때 온 마음을 다 바쳤던 그녀의 사랑을 이용해 그녀를 협박하고 있었다.
심지어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약혼녀를 위해서 말이다.
순간 귓가에 이명이 들리며 머릿속도 하얘졌다.
엄청난 수치심과 분노가 치밀었고 벌레가 온몸을 기어 다니는 기분에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핸드폰을 꽉 쥔 손은 어느새 덜덜 떨려왔고 분노로 닭살이 오소소 돋아났다.
마침 주방에서 나온 하연우가 과일 접시를 진한나의 앞으로 내밀었다.
“이것도...”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어느새 창백해진 진한나의 안색을 보게 되었고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 얼굴이 굳어졌다. 주위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듯했다.
성큼성큼 다가와 아무 말 없이 진한나가 들고 있던 핸드폰을 빼앗았다.
핸드폰 화면 위의 자극적인 사진과 악랄한 문자 내용을 본 순간 하연우의 눈빛이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이내 주위로 서늘한 한기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보는 사람마저 공포에 질리게 할 정도로 싸늘해진 눈빛에는 분노도 담겨 있었고 방 안의 온도도 영하로 뚝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요.”
“아뇨.”
진한나는 코를 훌쩍이며 흘러나오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꿋꿋이 고개를 들자 창백했던 얼굴은 놀라울 만큼 차분해져 있었다. 손을 뻗어 자신의 핸드폰을 되찾았다.
눈물을 흘릴 수 있었지만 이런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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