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옆에 있던 이수진이 깔깔 웃어댔다.
“가영아, 진한나 씨가 악기를 연주할 줄 알면 어쩌려고 그래? 간단한 악기는 어린아이도 연주할 줄 알아.”
그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피식 웃었고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은 채 진한나를 쳐다보았다.
진한나는 그들이 더 똑똑한 방법으로 골탕 먹일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유치하고 시시해서 어이가 없었다.
그녀의 출신을 비웃으면서 운이 좋다고 질투하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진한나는 소가연의 친구들은 좀 다를 줄 알았다. 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방금 음악이라고 했나요?”
그녀는 옆에서 연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한테 다가가서 예의 있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잠시 피아노를 연주해도 될까요? 한 곡만 연주해 보고 싶어요.”
피아니스트는 진한나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김가영과 이수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설마 피아노를 연주해서 실력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거야?”
“어릴 적부터 듣던 수준급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어차피 별거 아닐 테니 우리는 구경하자.”
그들은 대놓고 진한나를 비웃었다. 진한나는 신경 쓰지 않고 자리에 앉아 천천히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분위기가 삽시에 바뀌었다. 맑은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번지고 번개가 치는 것만 같았다.
김가영은 깜짝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
진한나가 연주한 곡은 그들이 어릴 적부터 배우던 이슨의 「종소리」라는 곡이었다. 전 세계에서 공인한 제일 어려운 피아노곡을 진한나가 연주하고 있었다.
‘어릴 적에 가난한 집에서 자랐으면서 어떻게 이 곡을 알고 있는 거지? 심지어 피아니스트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실력이야.’
음악이 고조에 다다르자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용감히 싸우는 사람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연주를 끝마친 후, 연회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로비에서 웃고 떠들던 사람들은 그녀의 연주에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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