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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고건우는 두 팔을 벌리더니 욕정으로 가득한 얼굴로 거칠게 넥타이를 풀었다. 그러고는 진한나와의 사이에서 자신이 지배자라도 되는 듯 여유와 야릇함이 흘러넘치는 눈빛으로 진한나를 보았다. 진한나는 열여덟 살 때부터 쭉 그와 함께였다. 그랬기에 자신의 손짓 한 번이면 진한나가 평생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진한나는 이 모든 것이 그저 우스울 뿐이다. 고건우의 뒤를 보던 진한나는 갑자기 눈웃음을 지으며 교활하게 웃었다. “정말 내가 키스하길 원하는 거예요?”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고건우는 단 한 순간도 그 욕정을 해소하지 못했다. 방금 파티장에서 자극을 받았던 고건우는 너무도 요염한 진한나의 모습에 도저히 참지 못하고 성급히 따라와 강제로 입을 맞추려 한 것이다. 진한나는 이번에 피하지 않았다. 고건우가 거칠게 끌어안아 진한나의 입술을 덮치려는 순간 진한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소가연 씨.” 그 순간 고건우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건우 씨, 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진 소가연을 보며 고건우는 곧장 진한나를 밀쳐내고 태연하고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러고는 마치 자신이 진한나에게 당한 것처럼 굴었다. “이런 더러운 수작을 나한테 부리다니. 정신이 있는 건가?” “가연아, 내 말 좀 들어봐. 사실은...” 진한나는 고건우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려는 걸 알아챘지만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대표님이 술을 많이 드셨나 봐요. 소가연 씨가 잘 챙겨주세요. 오해가 생기면 안 되잖아요.” 말을 하던 도중에 진한나는 문밖 복도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셔츠 소매 밖으로 드러난 세상에 하나뿐인 그 시계가 눈에 들어와 누군지 단번에 알아챘다. 이내 입꼬리를 올려 요염하게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제 남자친구가 보면 안 되거든요. 질투가 심해서 달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문 앞까지 걸어간 진한나는 그제야 하연우를 발견한 사람처럼 반갑게 하연우를 부르며 팔에 팔짱을 꼈다. “자기야, 나 기다렸어요? 전부 자기 때문이에요. 갈증이 나서 주스만 잔뜩 마셨더니 화장실만 가게 되었잖아요.” 애교 섞인 진한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고건우는 분노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소가연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보고 있어 분노를 억누르며 소가연을 껴안고 취한 척했다. 코끝에는 여전히 진한나의 체향이 남아 가슴을 미치도록 간질이고 있었다. 복도를 벗어난 진한나는 그제야 하연우의 팔에서 팔을 빼내고 하연우를 향해 담담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다음에 밥 한 번 살게요. 그럼 이만.” 고건우를 충분히 자극했으니 더는 파티장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그곳에 계속 남아 있었다간 고건우와 소가연이 애정 행각을 벌일지도 몰랐으니까. 그 꼴은 도저히 보고 싶지 않았다. 진한나는 하연우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발걸음을 돌렸다. 뒷문으로 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뒤에서 전에 맡았던 시원한 향이 느껴졌다. 걸음을 멈춘 진한나는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는 하연우를 보았다. “하연우 씨, 이거 무슨 의미예요? 파티는 아직 안 끝났는데 왜 자꾸 절 따라오는 거죠?” 하연우는 진한나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칠흑 같은 두 눈동자에는 진한나의 얼굴만 담고 있었고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시선이었다. “계속하자고 했잖아요. 설마, 날 가지고 논 건가요?” 그 순간 진한나는 말문이 막혔다. 아름다운 진한나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하연우 씨, 우린 다 성인이잖아요. 난 그냥 고건우 엿 먹이기 위해 하연우 씨를 이용했을 뿐이에요. 설마 눈치 못 채고 있었던 거예요?” 진한나는 하연우가 이미 눈치챘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불만을 느끼거나 협조를 안 해주리라고 말할 줄 알았지만 하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인즉슨 눈치채고 있었다는 것이다.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제대로 협조해줬잖아요. 아닌가요?” 진한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래서 고맙다고 했잖아요. 그때 한 말들은 그냥 전부 농담이었어요.” “하지만 난 진심이에요. 복수도 진짜로 해야 더 상쾌하지 않겠어요?” 하연우는 너무도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바다처럼 깊고 어두운 눈빛에는 웃음기라고는 전혀 없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진한나는 황당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이내 천천히 다가가 손가락으로 하연우의 넥타이를 감더니 요염한 눈빛으로 보았다. 하이힐을 신은 덕에 진한나는 굳이 발을 들지 않아도 하연우의 턱 밑까지 입술을 올릴 수 있었고 기세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하연우 씨는 고건우와 친구가 아닌가요? 그런데 친구의 여자를 건드리겠다는 건... 하연우 씨 취향이 이런 것일 줄은 몰랐네요.” 하연우는 갑자기 커다란 손을 뻗어 진한나를 품에 끌어안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살짝 숙여 입술이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서 진한나의 눈을 빤히 보며 입을 열었다. “난 재밌다고 생각하는데, 한나 씨는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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