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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다음 날 점심. 진한나는 예쁘게 꾸미고는 예전에 자주 뿌리던 향수를 뿌리고 나갔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자 고건우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매력적인 그녀의 모습에 두 눈이 반짝였다. 고건우는 재빨리 걸어가서 의자를 당겨주었다. 진한나가 자리에 앉자 익숙한 향수 냄새가 났다. 그는 만족스러운 듯 웃으면서 말했다. “한나야, 내가 준 향수를 뿌리고 왔네?” ‘아직도 나를 좋아하면서 왜 고집을 피운 건지 이해할 수 없어. 설마 그깟 자존심 때문에 내 사과를 받아주지 않은 거야?’ 고건우는 기분이 좋아서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으려고 했다. 진한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옆으로 비키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레스토랑에서 이러지 마세요. 보는 눈이 많으니 손 치워요.” 그녀는 고건우의 향수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았다. 사랑의 콩깍지가 벗겨진 후에야 고건우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그녀가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고건우는 이기적인 남자일 뿐이었다. “알겠어.” 고건우는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진한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고개를 돌리고 헛구역질했다. 그 모습을 본 고건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한나야, 또 위병이 도진 거야? 괜찮아?” 그는 손으로 진한나의 등을 쓸어내리면서 걱정해 주었다. 그녀는 고건우의 살결이 닿는 것이 끔찍했다. “괜찮아요.” 그녀는 손을 내저으면서 화제를 돌렸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일단 밥부터 먹고 얘기해요.” “그러자. 아프면 바로 얘기해.” 고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예전처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진한나는 그의 손을 내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는 하연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진한나, 설마 고건우와 다시 만나려는 건 아니지? 아니라고 해줘.’ 그는 심호흡하고는 고건우와 진한나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고건우는 아무것도 모른 채 기대에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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