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화
전형적인 딸바보인 곽민재는 곽이서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미 작은 카트에 아이를 번쩍 안아 올려 태워버렸다.
“우와아!”
이서는 신이 나서 소리쳤다.
그는 카트를 밀며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갔다.
나는 조금 뒤에서 따라갔는데 너무 빠른 두 사람 탓에 그들의 뒷모습은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멀리서도 여전히 이서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천천히 가요.”
곽이서는 신이 난 듯 불만 섞인 목소리에도 기쁨이 묻어났다.
“엄마가 안 보이잖아요. 아! 엄마!”
잠시 뒤, 아이의 목소리가 내 뒤에서 다시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곽이서가 카트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도 웃으며 손을 들어 흔들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은 바람처럼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혹시 필요한 게 있을까 싶어 진열대의 물건들을 훑었다.
잠시 뒤 다시 내 옆으로 돌아온 곽이서는 이미 카트 놀이에 질린 듯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엄마, 뭐해요?”
나는 무심결에 세제와 세탁용품을 집어 들고 비교하려다 이제는 집안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질문에 웃으며 답했다.
“그냥 구경한 거야.”
갑자기 시간이 남으니 오히려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곽민재도 진열대를 살피다가 오늘 내가 꺼내 보였던 그림들을 떠올린 듯 물었다.
“그림, 좋아하십니까?”
“네. 전에 잠깐 배운 적 있어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전업주부였을 때는 집안일을 다 마치고 심심하면 그림을 그리곤 했거든요.”
그는 아이가 탄 카트를 밀며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물었다.
“혹시 그걸 취미가 아니라 부업으로 삼아 볼 생각은 없으십니까?”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나는 놀란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
“엄마, 그림 그려서 인터넷에 올리면 되잖아요.”
곽이서는 눈을 반짝이며 거들었다.
“인터넷에서는 다들 그렇게 하더라고요.”
아직 글자는 잘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림을 올려 자랑하는 걸 본 적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우리 엄마도 유명한 사람이 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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