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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배현민은 난처한 기색으로 말했다. “그런데 시연이 엄마가 임신해서 데리러 나가는 건 위험해.” 아무리 성격 좋은 선생님이라도 계속 책임을 미루는 배현민에게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아버님은 시간이 없으시고 아내분은 몸이 안 좋아서 못 오신다는 거죠?” 배현민은 어색하게 답했다. “네, 맞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한 부모가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아이는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배현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침묵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결국 배지욱이 나섰다. “아빠, 그럼 선생님한테 나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할까요?” “그래.” 배현민은 기다렸다는 듯 급히 답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은 무책임한 배현민을 향해 눈이라도 흘기고 싶었지만 아이의 안전이 우선이었기에 결국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 학생들을 수년 동안 보살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선생님은 배지욱을 데리고 집으로 향하며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가정 상황을 보고했다. ... 집 앞에 도착하자 배지욱은 지문으로 현관문을 열더니 문 앞에서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선생님이 떠나자 안으로 들어섰다. “엄마!” ‘시연이 엄마가 외출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집에 있겠지?’ 목소리를 높여 부르며 거실로 들어갔지만 들려오는 답은 없었다. 거실 불만 켜져 있고 나머지 방은 모두 어둠에 잠겨 있었다. 배지욱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 태블릿을 꺼내 홍시연에게 전화하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갓 올라온 그녀의 인스타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들어가 보니 홍시연은 아들과 함께 밖에서 놀고 있었다. 배지욱은 그제야 홍시연이 본인의 아들이랑 같이 밖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엄마가 아빠랑 이혼하기 전에는 시연이 엄마가 형이랑 놀러 갈 때마다 나도 데려갔는데... 왜 이제는 달라진 걸까?’ 배지욱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 한편, 차 안에서 곽이서는 창가에 얼굴을 대고 바깥 풍경을 구경하다가 갑자기 풀이 죽은 표정으로 내 품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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