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비록 이서 때문에 얽힌 사이이긴 했지만 곽민재가 나를 지켜주려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곽민재는 그렇게 말하고 이서를 데리고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내게서 멀지 않은 곳의 소파에 앉았다.
이쪽 대화는 들리지 않되 상황은 살필 수 있는 거리였다.
나는 시선을 거두고 배현민을 바라봤다.
“배 대표님, 우리 이미 이혼했잖아요. 제가 서점 좀 도는 것도 보고 해야 하나요?”
배현민은 말문이 막혔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저 사람들이 저와 어떤 관계인지는...”
배현민은 내 대답을 기다리듯 내 눈을 곧게 응시했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보세요. 저는 배 대표님과 홍시연 사이의 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당신도 제 일에 관여할 처지는 안 되겠죠? 어차피 이제 저희는 좋게 말해도 남이잖아요.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제 상황을 캐묻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요.”
배현민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하지만 나는 그가 도대체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배현민이 숨을 깊이 들이켜며 말했다.
“그래도 부부였던...”
“거기까지.”
배현민이 무슨 말을 이어가려는 지는 몰랐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을 끊어버렸다.
“다 지난 일이에요.”
배현민은 내가 이렇게까지 단호할 거라곤 생각 못 했는지 잠시 멈칫했다.
“아무리 나한테 복수하고 싶다고 해도 아무 남자나 골라 결혼하는 건 너무 하지 않아?”
“복수요?”
나는 배현민의 말이 너무 우스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럴 가치나 있나요?”
배현민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내뱉었다.
“당연히 넌 그만큼 나를 사랑했으니까.”
배현민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을지라도 내가 수년간 쏟아부은 마음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내 목숨보다 배현민을 아꼈다.
배현민은 그런 여자가 비록 떠났어도 마음속은 여전히 자신으로 가득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배현민은 내가 홍시연과 그의 사랑이 불타는 꼴을 못 봐서 일부터 한 부녀를 찾아 자신을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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