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처음에 결혼한 상태에서 바람피우고 배지욱을 데리고 홍시연 비위 맞추러 다닐 땐 아무렇지도 않게 굴더니 지금 와서 무슨 자격으로 날 훈계하는 거죠?”
나는 그 말만을 남기고 곧장 서점 안으로 들어가 이서를 찾았다.
곽이서는 내가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신이 나서 내 품에 달려와 안겼다.
“엄마!”
서점이어서 조용히 해야 하는 공간에 아이의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조용히 하라고 말하려던 찰나 곽민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서야, 목소리 좀 낮춰야지.”
“알았어요.”
이서는 바로 목소리를 낮췄다.
그렇게 착실하게 반응하는 이서의 모습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위층 가볼까? 보고 싶은 책이나 갖고 싶은 책 있으면 말해.”
“네.”
...
우리가 서점을 떠난 뒤에도 배현민은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홍시연은 어두운 그의 얼굴을 보고 조심스레 위로를 건넸다.
“현민 씨,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정말 상상도 못 했어. 이혼하면서 아무것도 안 줬던 게 이렇게까지 지안이를 자극할 줄은...”
배현민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홍시연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여지안이 자극을 받았다고? 여지안은 명백히 마음이 식은 상태였는데?’
배현민은 여지안이 한 말을 믿지 못하는 듯했다.
“일부러 남편이랑 아이를 찾아 연기를 하는 건 결국 본인이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잖아? 나랑 헤어져도 누군가 그녀를 원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겠지. 내가 지안이 행복한 모습을 보면 후회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 거야.”
배현민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지안이는 몰라. 그렇게 애쓰는 모습이 오히려 아직도 날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걸...”
배현민의 자신만만한 말투에 홍시연조차 잠시 흔들릴 뻔했다.
‘정말 그런 걸까?’
홍시연이 서점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배현민이 그녀를 막아섰다.
“우리 다른 서점 가자. 괜히 들어갔다가 또 그 사람들 만나면 연기하느라 난리 칠 거야. 나로선 그게 불편해.”
홍시연은 결국 그를 따라 발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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