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화

나는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추고 두 걸음 물러서서 배현민과 거리를 벌렸다. “전 배 대표님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네요.” 배현민은 성급함을 꾹 누르며 침착하게 말했다. “난 네가 어제 내가 진실을 말했을 때 정신 차릴 줄 알았어. 더 이상 이상한 사람들 끌어다 연극처럼 꾸며서 나 없이도 잘 사는 척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 나는 그의 뻔뻔한 말투에 웃음이 터졌다. 지금 배현민의 눈에 나라는 사람은 꼭 그에게 의존해 살아야만 하는 물건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내가 하는 모든 일,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까지도 다 그의 손에 달린 것처럼. 나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설령 당신 말이 맞다고 해도...” 배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드디어 잘못을 인정한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 나는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서는 유치원에서 배현민 씨 아들이랑 같은 반에서 벌써 2년 넘게 지냈어요.” “그리고 이서 아빠는 매일 아이를 데리고 다니죠.” “지욱이를 데리고 오가면서 당신이 이서 아빠를 본 적 없을 리가 없어요.” “굳이 대화를 안 해도 그 사람이 입는 옷이나 타고 다니는 차만 봐도 알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시선을 고정한 채 날카롭게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런 건 가난한 사람이 체면 차리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걸.” “그러니까 설명 좀 해봐요. 가진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제가 어떻게 저보다 훨씬 조건 좋은 사람들을 꼬드겨서 당신한테 이런 쓸데없는 연극을 보여주는지.” 배현민은 미간만 잔뜩 찌푸린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현실을 좀 인정해야죠.” “배 대표님, 애초에 연극 같은 건 없었어요.” “당신을 버리고 아이까지 포기한 순간부터... 제겐 이미 새로운 삶이 시작된 거니까.” 나는 코웃음을 치며 태연하게 말했지만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말도 안 돼.” 얼마 후, 배현민은 아까보다 훨씬 큰 목소리로 나한테 따지듯 물었다. “여지안, 네가 왜 이 도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