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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나 역시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허리를 곧게 세우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민재 씨, 제 생각에 결혼은 굉장히 신성한 일이에요. 대충 넘길 수 있는 게 아니죠. 지금은 가족들의 재촉 때문에, 또 다른 사람들이 이서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저를 선택한 거잖아요. 그런데 나중에 정말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면 어떡해요? 그땐 저랑 이혼할 건가요?” 곽민재는 말이 없었다. 태어나서 지금껏 단 한 번도 여자에게 마음을 준 적이 없는 그였기에 내가 말한 상황이 현실이 될지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하는 듯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이번에는 내 마음을 솔직히 꺼내놓았다. “사실 방금 전까지는 민재 씨를 위해 말했어요. 그렇지만 지금부터는 제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네요. 저 이제 막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 도망쳐 나온 여자예요. 그러다 우연히 민재 씨랑 이서를 만난 거죠.” 나는 잔잔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두 사람 덕분에 상처만 가득하던 제 마음도 많이 치유됐어요. 이서를 보살피면서 불행했던 삶 때문에 엉망이 된 마음도 조금씩 회복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더는 욕심내고 싶지 않아요. 지금 이 상태 그대로가 모두에게 가장 좋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곽민재는 한참 동안 깊이 생각하더니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듣다 보니 지안 씨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차가 유치원 앞에 멈췄을 때, 나는 안도한 숨을 내쉬고 서둘러 문을 열었다. 그도 내가 억지로 이런 말을 내뱉은 게 아니라 정말 진심에서 나온 말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곽민재는 내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다면 진짜 이유를 물어봐도 돼요?” 나는 문에 기댄 채,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이제는 저를 위해 살고 싶어요. 그게 이유라면 이해할 수 있으세요?” 내 대답에 곽민재는 오히려 흐뭇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합니다. 사실 이게 제가 가장 듣고 싶던 말이기도 하고.” 회사에서는 차갑고 까다롭던 그였지만 지금의 곽민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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