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지욱아, 뭐라고 했는지 말해줄래?”
선생님이 물었지만 배지욱은 끝내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곽민재는 곽이서를 꼭 안은 채 멀리서 배지욱을 바라봤다.
그 순간, 배지욱은 본능적으로 다른 아이들 뒤로 숨어버렸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기에 곽민재도 그 자리에서 아이를 혼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저 시선을 거두고 곽이서를 품에 안은 채 부드럽게 달래줬다.
“우리 이서, 오늘 왜 이렇게 속상해 보일까?”
그 한마디에 곽이서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큰 눈망울이 금세 물기로 가득 차더니 아빠 품에 얼굴을 묻은 채 훌쩍였다.
곽민재는 조심스레 아이의 등을 쓸어주다가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곧, 나는 아이 쪽으로 두 팔을 벌렸다.
“이리 와, 엄마가 안아줄게.”
하지만 아이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나를 외면했다.
늘 나에게 매달리던 애가 오늘 갑자기 외면이라니?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욱이가 나에 대한 말을 한 거네.’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이서야, 이제 엄마가 싫어졌어?”
잠시 망설이던 아이는 결국 내 쪽으로 팔을 뻗었다.
나는 곽이서를 꼭 안아 들고 차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갑자기 배지욱이 뛰어나와 길을 막아섰다.
“안 돼요! 이서는 안 돼요! 엄마는 제 엄마니까 저만 사랑해야 해요!”
그 목소리는 차갑게 얼어붙은 내 심장을 후비는 것 같았다.
너무나도 익숙한 방식이었다.
배현민이와 똑같은 비겁한 방식.
내 사랑을 당연하게 여겨 제멋대로 상처 주고 그래도 내가 언제나 돌아올 거라 믿는 눈빛.
나는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배지욱을 내려다봤고 아이의 눈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마치 곽이서를 버리고 자기와 집으로 가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입술을 꽉 다물고 있던 나는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선생님, 아이들한테는 가르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모르는 여자한테 함부로 ‘엄마’라고 부르면 안 된다는 걸요.”
순간, 선생님이 다급히 달려와 배지욱을 붙잡았다.
“지욱아, 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