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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곽이서는 내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작은 팔로 나를 꼭 끌어안았다.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 또한 억지로 묻지 않았고 그저 등을 천천히 두드리며 속삭였다.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하지만 기억해.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는 언제나 네 옆에 있을 거야.” 한참의 정적이 흘렀지만 여전히 아이는 대답이 없어 나는 조금 서운해졌다. 그러다 얼마 후, 아주 작은 목소리로 곽이서가 입을 열었다. “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마음을 닫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말해줄 것이라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날도 역시, 배지욱은 유치원에서 제일 마지막까지 남았다. 그리고 오늘도 그를 데리러 온 건 엄마가 아닌 집에서 새로 고용한 기사였다. 선생님은 낯선 얼굴을 믿지 못해 영상 통화를 연결했고 휴대폰 화면 너머로 배현민의 얼굴을 확인한 뒤에야 아이를 내보냈다. 아무 말 없이 기사의 뒤를 따라가는 배지욱은 머리를 푹 숙인 채 그림자처럼 걸었다. 엄마와 아빠가 갈라지고 홍시연이 집에 들어온 뒤, 그녀는 단 한 번도 직접 아이를 데리러 온 적이 없었다. 배지욱은 속으로 되뇌었다. ‘이제 나도 큰 애니까 혼자 있는 거에 익숙해져야지.’ 하지만 또래 친구들이 하나같이 엄마나 아빠 손에 이끌려 가는 걸 볼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억울함이 치밀어 올랐다. 집에 돌아오니 홍시연은 주방에서 요리사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세 명이 먹을 것만 준비하세요. 지욱이 음식은 필요 없어요.”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고개를 든 배지욱은 곧, 차가운 그녀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래서 아이는 곧장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실내화를 갈아 신었다. “학교에서 저녁 먹었지? 그러니까 네 밥은 따로 안 챙길게.” 홍시연의 목소리는 무심하다 못해 날카로웠기에 배지욱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이는 곧장 방으로 향해 문을 쾅 닫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말에 아이는 화를 내며 맞섰다. 하지만 그때마다 배현민이 돌아오면 상황은 늘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렀다. 결국 꾸중을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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