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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곽민재는 나한테 의자 하나를 끌어다 주었는데 나 또한 거절하지 않고 조용히 앉았다. 서재의 배치는 무척 단출했다. 책상 하나와 의자 두 개, 그리고 창 없는 벽 양쪽에 나란히 놓인 책장 두 줄. 할 일이 없어 나는 자연스레 책장에 시선을 돌렸다. “저기 있는 건 대부분 금융에 관한 책입니다.” 곽민재가 설명하며 컴퓨터 전원을 끄더니 내 앞으로 다가왔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제가 사다 놓겠습니다.” “괜찮아요.” 나는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집 안인데도 곽민재는 여전히 정장 차림이었고 적막한 밤 속에서 차갑고 절제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생각해봤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실지.” 내 물음에 그는 곧바로 답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지안 씨는요?” “저요?” 뜻밖의 질문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그래도 배지욱은 지안 씨 친아들이잖아요.” 나는 그 말에도 아무런 감정 없이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걔는 홍시연 아들이죠.” 곽민재의 눈빛에 순간 놀람이 스쳤다. 그는 내가 과거의 정에 조금은 휘둘릴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었지만 나는 단호했다. 지금 나는 앉아 있고 곽민재는 서 있었기에 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제가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하세요?” 그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오히려 좋습니다. 전 그런 지안 씨가 더 마음에 들어요.” 나는 대답 대신 미소만 지었다. “제 입장은 분명히 말씀드렸으니 이제 민재 씨 생각을 듣고 싶네요.” 곽민재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내일 아침 유치원으로 갑시다. 선생님께 부탁해서 지욱이 부모님도 모셔 오라고 하고요. 제 딸을 괴롭히고 상황을 이렇게 만든 이상, 그냥 넘어갈 순 없습니다. 그 집에서도 이해할 만한 대답을 해야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나는 문제 해결책이 정해지자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지만 곽민재는 갑자기 나를 불러 세웠다. “지안 씨.”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네?” 그러자 곽민재가 뜸을 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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