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제가 알게 되는 순간, 바로 처리할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지금껏 그래왔듯 언제나 말한 대로 행동해 왔다.
그래서 나도 곽민재를 믿기로 했다.
“네.”
솔직히 나는 곽민재 부모님이 두렵지 않았다.
두렵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나 또한 입이 있으니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여 그들이 나와 곽민재 사이를 의심한다 해도 사실대로 모든 과정을 설명하면 된다.
그러면 괜한 오해로 나를 곤란하게 만들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곽민재 역시 내 표정이 누그러진 걸 보고는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
“갑시다. 이서 데리러.”
“네.”
...
유치원 앞은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로 북적였지만 소반 아이들이 하나둘씩 나오자 곧 다 흩어지고 몇몇만 남았다.
그때, 뒤에서 낮지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민 씨.”
고개를 돌려보니 며칠째 나타나지 않던 홍시연이 배현민과 함께 서 있었다.
홍시연은 도발하듯 나한테 시선을 돌리더니 일부러 그의 품에 몸을 기대며 애교를 부렸다.
“저 너무 피곤해요.”
“그럼 차에서 좀 쉬고 있을래?”
배현민이 다정하게 묻자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지욱이 나올 때까지 당신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
두 사람은 누가 봐도 다정한 연인 같았지만 나는 굳이 쳐다보지 않고 곧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곽민재도 그 모습을 본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속상하십니까?”
“전혀요.”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미 끝난 사인데 속상할 게 뭐 있어요? 이혼했다는 건 더 이상 저랑 아무 상관 없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누구랑 있든 제 알 바 아니죠. 전 그냥 제 삶만 잘 살면 돼요.”
“엄마!”
어디선가 들리는 밝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곽이서가 문 앞에서 두 팔을 흔들며 달려오고 있었다.
행여나 아이가 다칠까 봐 그 모습을 본 나도 얼른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서야.”
선생님이 곽이서를 내보내자 아이는 곧장 내 품에 안겼다.
“엄마, 진짜 좋은 소식이 있어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