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홍시연이 갑자기 배현민을 세게 끌어안았다.
그녀의 예쁜 눈동자엔 분명 싫증과 경멸이 깔려 있었지만 목소리만큼은 인내심 가득했다.
“아마... 그래도 6년 동안 부부였으니 이혼했어도 현민 씨 잠재적 의식 속에선 아직 한 식구라고 생각하는 거일 거예요. 그런데 언니는 현민 씨를 완전히 남처럼 대하니까 배신당한 것처럼 아픈 거고요.”
그녀는 부드럽게 배현민의 등을 쓸어내리며 계속 말했다.
“그러니까 불편한 거죠.”
배현민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그런 걸까?”
홍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그제야 배현민의 얼굴에 안정을 되찾은 듯한 기색이 스쳤다.
홍시연은 그를 달랜 뒤, 슬며시 손을 배 위로 올렸고 속으로는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배현민은 입으로는 여지안을 사랑한 적 없다고 했지만 6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모르는 사이 정이 깊어졌던 거다.
다만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을 뿐.
그리고 언젠가는 깨닫게 될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건 집착도 익숙함도 아닌 분명한 사랑이라는 걸.
홍시연의 미간이 서서히 찌푸려졌고 창밖을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
뱃속의 아이와 차이혁을 위해서라도 지금처럼 배현민이 자기에게 마음이 있다고 착각할 때, 최대한 많은 돈을 쥐어야 한다.
그래야 훗날 배현민이 자신을 버려도 비참하게 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
이런 결심이 서자 홍시연의 얼굴엔 오히려 평온함이 번졌다.
...
한편, 곽민재는 차를 지하 주차장에 세웠고 나는 차에서 내려 그와 나란히 걸었다.
곧, 곽민재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지안 씨 전남편... 아무래도 아직 감정이 남아있는 것 같던데.”
나는 피식 웃었다.
“6년이나 같이 살았는데 설령 단순한 룸메이트였다고 해도 갑자기 떨어져 살면 어색하고 허전하겠죠.”
곽민재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정말 지안 씨를 사랑한 적 없다고 믿는 겁니까?”
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이 뭔지 전 잘 알아요. 내가 이서를 사랑했던 것처럼 또 예전엔 그들을 사랑했던 것처럼.”
우린 엘리베이터 앞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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