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4화

여다현이 침대맡 테이블에 놓인 물잔을 엎었다. 잔이 깨지는 소리에 정신이 팔린 신지환은 의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얼른 여다현에게로 다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자기야, 깼어? 어디 아픈 데는 없고?” 여다현이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신지환의 뒤에서 우물쭈물하는 의사를 바라봤다. 그제야 시름이 놓인 신지환이 고개를 돌려 의사를 바라봤다. “선생님, 방금 뭐라고 하셨나요? 못 들었습니다.” 신지환은 뭔가 중요한 얘기를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가 입을 열려는데 여다현이 티 나지 않게 고개를 저었다. 눈치로 알아챈 의사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그저 안정이 필요하다는 말만 남기고 병실을 떠났다 그렇게 VIP 병실엔 여다현과 신지환 두 사람만 남았다. 신지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여다현의 얼굴을 어루만지려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며 피했다. 그런 여다현을 보며 신지환이 뭔가 눈치챘는지 얼른 달래기 시작했다. “미안해. 다현아. 너도 계단에서 굴렀을 줄은 몰랐어. 나는...” “너랑 아이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야. 아니면 평생 나를 용서하지 못했을 거야.”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게. 그러니까 화 풀어. 응?” 여다현이 그런 신지환을 바라봤다. 어딘가 두려워 보이는 신지환의 표정이 여다현은 너무 우스웠다. 말은 참 번지르르하게 했지만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가짜인지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 “피곤해요.” 여다현은 이 무료한 플레이에 동참하기 싫어 잡은 손을 빼며 눈을 감았다. 입원해 있는 동안 신지환은 한 발짝도 떠나지 않고 그녀를 지키며 사골국까지 만들어 떠먹여 주는가 하면 검사까지 동행하며 의사가 한 당부 하나하나 다 기억했다. 그러다 밤에 무슨 기척이라도 들리면 얼른 잠에서 깨어나 필요한 게 있는지 물어봤다. 간호사도 이렇게 친절한 남편은 처음이라며 칭찬할 정도였지만 여다현은 말을 아끼며 종종 창밖만 멍하니 바라봤다. 신지환은 임신한 여다현이 호르몬 변화로 컨디션 난조를 겪는다고 생각해 더 조심스럽게 보살폈고 퇴원하는 날 커다란 서프라이즈까지 준비했다. 여다현이 조용히 식사할 수 있게 최고급 레스토랑 전체를 대여했고 식사가 끝나자 명품 가게로 데리고 가서 여다현의 눈길이 닿은 건 하나도 빠짐없이 카드를 긁었다. 어둠의 장막이 내리자 강변에 오색찬란한 불꽃이 터지며 ‘사랑해’라는 글자를 만들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신지환이 뒤에서 여다현을 끌어안으며 턱을 그녀의 머리에 올렸다. “너를 위해서 준비했어.” 여다현은 하늘을 가득 메운 불꽃을 보며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도 신지환은 온갖 공을 들여 그녀의 기분을 달래줬고 그럴 때면 여다현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여다현의 손이 쏙 들어간 아랫배에 닿은 순간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왜 그래?” 신지환은 다소 딱딱한 여다현을 발견하고는 그녀의 몸을 돌려 자신을 마주하게 했다. “요즘 계속 기분이 우울해 보여서 걱정돼.” 신지환이 여다현의 얼굴을 받쳐서 들고 볼을 살살 어루만졌다. “심리 상담 좀 받아볼래? 출산 전에 우울감을 느끼는 건 흔한 일이래. 혼자 이겨내려 하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여다현은 진지한 신지환의 눈빛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 “내가 솔직하게 말하면 지환 씨도 솔직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요?” 신지환이 멈칫하더니 이내 웃었다. “당연하지. 우린 부부니까 솔직해야지.” 여다현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한 가지만 물을게요. 전에 많이 좋아했던 첫사랑이 있는데 헤어지고 오랫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여다현이 신지환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제는 내려놨어요?” 신지환의 표정이 순간 딱딱하게 굳었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