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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신지환은 요 며칠 이상할 정도로 바빴다. 여다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아침 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와서는 서재에서 새벽까지 있으며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신지환을 바라봤다. 여다현은 신지환이 결혼식을 파투 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숙려기간 마지막 날 여다현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섰고 변호사에게서 이혼 증명서를 받았다. 재산분할까지 마친 그녀는 개인용품을 챙기러 집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신지환이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었다. 처음 보는 진청색의 슈트를 갖춰 입은 신지환의 옷소매에서 커프스단추가 차갑게 빛났다. 아마도 오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 같았다. “산책 다녀왔어?” 신지환이 거울에 비친 여다현을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자기야,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나갔다 와야 해. 집에서 잘 쉬고 있어. 약 꼭 챙겨 먹고.” 신지환이 몸을 돌리더니 기다란 손가락으로 여다현의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오늘은 엄마 힘들게 하면 안 돼. 엄마 아프면 아빠 화낼 거야.” 여다현은 신지환의 눈동자에 어린 부드러움이 너무 우스웠다. 이제인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가 자신의 아이가 죽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여다현은 이혼 증명서를 꽉 움켜쥐고는 이렇게 말했다. “할 얘기가 있어요.” 신지환이 멈칫했다. “자기야, 나 지금 나가봐야 해.” “그렇게 급해요?” 여다현이 가벼운 목소리로 물었다. “5분도 낼 수 없을 만큼?” 신지환이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결국 거절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저녁에 얘기하자. 응?” “그렇게 중요한 일이에요?” “엄청 중요한 일이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신지환의 눈빛은 어딘가 고집스러웠다. “내 목숨보다 중요한 일이야.” 여다현은 마치 손바닥에 떨어졌다가 녹아버린 눈꽃처럼 가볍게 웃었다. “그러면 가요.” 여다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더 지체하지 말고.” 신지환이 뭔가 말하려다가 결국 여다현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엔진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여다현이 주방으로 가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냉장고를 열었다. 불어오는 한기를 느끼며 며칠째 잊힌 선물함을 꺼낸 여다현이 그것을 거실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선물함에는 5개월 된 아이가 웅크린 채 마치 잠에 든 것처럼 포르말린에 담겨있었다. 여다현은 눈을 지그시 감고 구김 하나 없는 이혼 증명서를 옆에 올려놓았다. 트렁크를 들고 대문을 나선 여다현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공항 터미널엔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륙 직전 여다현이 핸드폰을 끄려는데 신지환의 문자가 도착했다. [자기야, 약 덥히라고 했으니까 마셔. 일 끝내고 바로 들어갈게.] [신지환 씨, 앞으로 내 옆에 함께할 사람은 당신이 아니야. 이제 그만 내 세상에서 꺼져.] 여다현이 적었던 문자를 지우더니 사진첩에 있는 두 사람의 사진과 연락처까지 전부 지웠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여다현은 마음속에서 뭔가 탈칵 소리를 내며 지워지는 걸 느꼈다. 그것은 바로 신지환을 향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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