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조금만 지나면
조정윤은 예전에 외할머니의 옆에서 일하다가 내가 태어난 후에 성주희와 나를 돌보기 위해 왔다고 했다.
나이가 지긋한 그녀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가씨는 오늘 모임에 가셔서 저녁에나 돌아오실 거예요.”
그 말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때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성주희가 없을 때 그녀가 아끼는 그 남자는 이 집의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실에 앉아 있곤 했다.
“그 남자는요?”
“사모님께서 지금 작은 아가씨가 최우선이라고 하셨어요. 아가씨가 한 짓이 말도 안 된다면서 그분을 내보내셨습니다.”
조정윤이 이 말을 할 때 눈에 찰나의 안타까움이 스쳐 지나갔다.
집이 드디어 조용해졌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 복습을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점심을 먹으라고 알리러 온 조정윤인 줄 알고 펜으로 종이에 급히 계산했다.
“잠시만요. 이 문제만 풀고 내려갈게요.”
“은솔아, 아빠야.”
나는 멈칫했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문제를 풀었다. 송찬혁도 입을 열지 않았는데 소파에 앉은 듯했다.
대략 5분 정도 지난 후 나는 마침내 답을 구하고 펜을 내려놓았다. 뻐근한 목을 풀면서 의자를 돌려 송찬혁을 마주 보았다.
“아빠, 웬일로 집에 오셨네요?”
이 질문을 건넨 후 우리 둘 다 잠시 멈칫했다.
나를 보는 송찬혁의 눈빛이 조금 낯설었다. 오늘 처음으로 딸인 나를 만난 것처럼 말이다.
“은솔아, 아빠가 요즘 너한테 많이 소홀했지? 얼굴 상처는 괜찮아? 약 발랐어?”
2분 정도 침묵이 흐른 뒤 송찬혁이 갑자기 탄식했다.
“이미 약 발랐어요.”
나는 다른 말은 잇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 것 같았고 아마 어젯밤 일과 관련 있을 것이다.
“어젯밤 일 있잖아. 네 엄마를 너무 탓하지는 마. 회사에 요즘 많은 문제가 생겨서 버티기 힘들 것 같아. 그 회사는 네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의 피땀으로 일군 회사라 네 엄마가 너무 급한 마음에 너한테 그랬던 거야.”
송찬혁은 하고 싶은 말을 돌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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