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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용제하는 스스로가 한심했다. 말도 안 되는 꿈 하나에 이끌려 허이설의 방문 앞에 서 있었다. 손바닥으로 벽을 짚은 채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그는 몸을 돌려 천천히 걸어갔다. 그 시각, 허이설은 윤가을의 품에 안겨 있었다. 번개 소리에 놀라 잠이 깼지만, 곁에 윤가을이 있어 덜 무서웠다. “진짜 천둥 소리에 울었던 적 있어?” “응.” 허이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이 싫었다. 윤가을이 그녀를 꼭 안았다. “그런데 넌 왜 용제하 같은 사람을 좋아했어?” 허이설은 윤가을의 허리를 살짝 꼬집었다. 비 오는 날과 용제하가 무슨 상관이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니, 내 말은 말이야. 용제하 같은 사람은 천둥이 쳐도 달래줄 타입 아니잖아. 그런 사람 좋아했다가 결혼하면 평생 고생했을걸.” 허이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녀가 멈칫한 건, 윤가을의 말이 전혀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용제하는 그런 날이면 꼭 집으로 돌아왔다. 회사 일이 아무리 많고 회의가 새벽까지 이어져도 비가 오고 천둥이 치면 어김없이 집으로 왔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허이설의 가슴이 서늘하게 저려왔다. “뭐, 사람은 겉모습만 봐선 몰라. 그래도 용제하는 좀 별로였어.” 허이설이 그녀를 흘겨봤다. “그리고 나, 이제 그 사람 안 좋아해. 왜 자꾸 그 얘길 해?” “왜긴, 아직도 마음이 남은 것 같아서.” 윤가을이 피식 웃었다. “아니면 오늘 왜 그 사람을 병원까지 데려다줬겠어?” 허이설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냥, 다친 사람 있으면 병원에 데려가야지. 그건 사람이라면 당연한 거잖아. 내일 경기 있는데 그 사람 다쳤다고 내가 출전 포기할 순 없잖아.” 윤가을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그것뿐이야?” “그럼.” 윤가을이 허이설을 안으며 속삭였다. “됐고, 이제 자자.” 하지만 허이설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이 호텔은 예전에 용제하와 함께 묵었던 곳이었다. 그때 그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그녀를 데려왔고 둘은 꼭대기층 스위트룸에서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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