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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허이설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용제하의 손목을 잡아 소매를 걷어 올리자, 손등에 날카롭게 베인 자국이 드러났다. 그 상처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허이설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미간을 잔뜩 좁혔다. “너...” 용제하는 아무 말 없이 허이설 어깨에 얹어 둔 손끝만 천천히 움직였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조금 전 달려들던 조현성이 아버지에게 꽉 붙잡혀 있었다. 남소이는 증거가 담긴 휴대폰을 들고 있었고, 조현성의 아버지는 애써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알았다. 절차대로 처리해 줄 거니까 너희는 너무 걱정하지 마.” 남소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훑어봤다. 그는 말을 이었다. “근데... 나가기 전에, 그 영상은 좀 지워.” 남소이는 바로 비웃음을 터뜨렸다. “지워요? 당신 아들은 멀쩡하게 잘만 서 있는데요? 방금 사람 때리려던 건 못 보셨어요?” 용제하가 손을 빼려 하자 허이설이 그대로 붙잡았다. “혹시... 후유증 남는 거 아니야?” 용제하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무슨 소리야. 이 정도 긁힌 걸로 무슨 후유증이 남아. 내가 보기엔 네 머리가 더 문제야.” 허이설은 그 말에 조용히 손을 놓았다. 하지만 용제하는, 조금 전 그녀가 남소이 앞을 막으려고 뛰어든 걸 떠올리며 오히려 더 화가 났다. “너 아까 왜 그렇게 튀어나갔어. 남소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격투했어. 조현성이 주먹 한 번 날리면 팔이든 뭐든 나가. 네가 앞에 섰으면 네 머리 터졌어.” 조현성의 아버지가 다시 끼어들었다. “어쨌든 영상 안 지우면 오늘은 못 나간다. 몰래 찍은 건 이미 법에 걸려...” “소이야, 너 여기서 뭐 하냐?” 그때 경찰서 차장이 바깥에서 들어왔다. 상황을 다 파악하지도 못한 얼굴이었다. “아버지 찾으러 온 거야?” 남소이는 그를 보며 고개를 들었다. “아니에요. 삼촌, 전 따지러 왔어요.” 남소이는 그 사람을 삼촌이라 불렀다. “뭘 따져?” 차장이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조현성의 아버지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남소이와 차장의 어투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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