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그냥 널 보러 들어온 거야. 이번에는 좀 오래 있으려고.”
추다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고생했어요, 엄마. 내일 뭘 드실래요? 내가 사 올게요.”
“내일... 서한로 쪽에 있는 그 집...”
추혜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오랜만에 온 터라 기억이 잘 나지 않아 한참 후에 말했다.
“그 오래된 스테이크집.”
“아, 알았어요. 내일 사다 줄게요.”
“응.”
다음 날, 점심 12시가 가까워졌을 때 추다희는 택시를 타고 서한로로 갔다.
택시가 레스토랑 맞은편에 멈췄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도착이었다.
추다희는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려 문을 닫았다. 앞으로 걸어가려던 찰나 옆에 주차된 차가 눈에 들어왔다.
검은색 마이바흐 S680.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았다.
용제하의 차가 확실했다. 전에 그가 이 차를 모는 걸 보고 번호판을 외웠다.
‘왜 여기에 있지?’
주변을 훑다가 서한 자습실이 눈에 들어왔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가지런히 배열된 책상들이 보였다.
그때 두 사람이 짐을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추다희는 훤칠한 그를 단번에 알아봤다.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단정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어 올렸고 손목에 찬 시계가 차갑게 빛났다. 용제하는 검은색 펜을 가방에 넣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허이설이 있었다.
어젯밤 두 사람이 함께 병원에 있는 모습을 봤다.
사실 그때 추다희는 묻고 싶었다. 왜 둘이 같이 있는지, 왜 병원에 같이 왔는지.
하지만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
추다희는 재빨리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두 사람이 자습실을 나와 그녀가 가려던 스테이크집으로 향하는 걸 봤다.
그 순간 추다희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발걸음을 재촉해 두 사람이 자리에 앉기 전에 용제하를 불렀다.
허이설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았다. 그녀는 홀로 창가 쪽 테이블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밥 먹으러 왔어?”
용제하는 자연스럽게 물으며 허이설이 앉은 자리로 다가갔다.
추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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