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신경 꺼. 인간은 원래 변하는 거야.”
허이설은 더 이상 용제하와 말을 섞지 않았다. 옆에 있던 웨이터를 보면서 이따가 음식이 다 되면 그녀가 앉은 테이블로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용제하는 계속해서 허이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어 웨이터에게 말했다.
“안 돼요.”
허이설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본 그때 용제하가 또 말했다.
“우리 싸웠거든요.”
웨이터는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갔다.
허이설이 짧게 한마디 했다.
“비겁한 놈.”
용제하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녀가 아무리 욕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허이설은 가방을 꼭 쥐고 있었다. 웨이터가 음식을 가져왔을 때 그녀의 테이블로 음식을 가져오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엔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먹어 치웠다. 용제하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먹자마자 바로 식당을 나갔다.
자습실로 돌아온 허이설이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가려던 그때 용제하와 마주쳤다.
“오후엔 쉴 거야.”
이곳에 한시도 있고 싶지 않았다.
용제하는 아무 말 없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이설은 가방을 들고 망설임 없이 자습실을 떠났다.
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차에 올라탄 후 곧바로 차를 몰고 떠났다.
허이설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용제하의 차가 계속해서 그녀의 곁을 맴도는 것 같았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보니 역시나였다. 용제하의 차가 아주 느린 속도로 그녀를 따라오고 있었다.
유리창이 천천히 내려가자 용제하의 얼굴이 나타났다.
허이설은 그를 한 번 보고는 이내 시선을 거두었고 용제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뭐 하는 거야? 지금 나 따라다녀?”
“오해야. 그냥 마침 한 방향이라 그래. 내가 왜 널 따라다니겠어?”
허이설은 휴대폰을 꺼내 택시를 불렀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차가 오길 기다렸다.
용제하는 그녀가 택시를 부르는 걸 지켜보다가 물었다.
“차 언제 와?”
그 질문을 할 때 시선이 허이설에게로 향했다.
허이설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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