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오준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먼저 자리를 떴고 김우연은 책과 노트를 정리한 뒤 학교 정문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진아린이 이미 서 있었다.
“오빠, 왜 이렇게 늦었어요? 설마 공부에 너무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거예요?”
진아린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진짜 그랬어.”
김우연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웃었다.
“말도 안 돼요!”
진아린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말을 누가 믿어?“
김우연은 별다른 변명 없이 미소만 지으며 그녀와 나란히 집으로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 중 그는 어느 순간 발걸음을 멈췄고 눈앞의 간판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빠, 설마 이걸 사려는 건 아니죠?”
진아린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는데 목소리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복권.
그녀의 머릿속에서 그것은 노력 없이 얻으려는 사람들의 상징이었다.
‘이걸 오빠가 사겠다고?’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맞아, 복권이야.”
김우연이 조용히 웃으며 계속 말했다.
“이게 당첨되면 너희한테 좋은 거 많이 사줄 수 있을 테니까.”
그의 눈빛에는 묘한 여유와 자신감이 섞여 있었다.
“오빠.”
진아린은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가더니 손을 뻗어 김우연의 이마를 짚었다.
“음, 열은 없네.”
“걱정하지 마, 나 멀쩡해. 아프지도 않고 미친 것도 아니야.”
김우연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살짝 밀어내고 그대로 복권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진아린은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복권이라니?
자기가 아는 오빠, 김우연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복권 가게 안은 담배 연기로 자욱했고 몇몇 중년 남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숫자판을 보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때, 교복 차림의 두 학생이 들어서자 모두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아이고, 요즘은 복권이 학생들한테까지 보급됐나 봐?”
“요즘 장사가 안 되니까 쟤들한테도 파는 건가?”
“이 꼬마 둘은 1등 상금이 얼마인지나 알기나 하나?”
사람들은 저마다 웃으며 농담을 던졌고 그들의 눈빛엔 호기심과 장난기가 뒤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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