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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서이건에게 집적거리는 이루나를 보자 이은서는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게졌다. “이건 씨,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그리고 초조한 얼굴로 캐물었다. “저년이... 아니, 그러니까 우리 언니가 왜 여기에 있죠? 그것도 싸움까지 벌이고?” 서이건은 그녀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는 듯 담배만 묵묵히 피웠다. 그윽한 시선은 창밖 멀어져가는 차를 바라보고 있었고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이건 씨?” “오늘은 먼저 가. 혼자 있고 싶으니까.” 마침내 입을 열었지만 그녀의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요? 오후에 같이 다이아몬드 반지 고르고 밥 먹고 돌아오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이은서의 목소리에 초조함이 묻어났다. “약혼식에 관해서는 알아서 정해. 필요한 돈은 바로 보내줄게.” 말을 마치고는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인생이 걸린 중요한 일을 마치 부하에게 간단한 업무 지시하듯 눈앞의 곧 결혼할 여자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약혼자의 냉담하고 무심한 태도에 이은서는 기분이 씁쓸했다. 조금 전 이루나와 서로 따귀를 주고받는 장면이 떠오르자 틀림없이 그 천한 계집애가 서이건의 기분을 망쳤다고 단정 지었다. “가족으로서 사과할게요. 저런 또라이 같은 여자 때문에 괜히 이건 씨 삶에 폐를 끼쳤네요.” 이은서는 뒤에서 그를 꼭 껴안으며 다정하게 위로했다. “이건 씨는 우리 언니 신경 쓸 필요 전혀 없어요. 그냥 아무한테나 몸 주는 쓰레기 같은 여자일 뿐이니까. 남자도 벌써 열댓 명은 사귀었고, 애도 최소한 다섯 번은 지웠을걸요? 그러니 이건 씨한테도 저렇게 뻔뻔하게 구는 거죠. 걱정 마요. 저희가 알아서 단속 잘할게요.” 서이건은 허리를 감싼 여자의 손을 쌀쌀맞게 떼어냈다. “얼른 가. 나 일해야 해.” 말을 마치고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든, 기분이 어떻든 안중에도 없는 듯 무표정하게 2층으로 향했다. 이은서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고, 기분이 순식간에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루나가 번번이 일을 망쳐놓는 것도 모자라 아까는 대놓고 서이건에게 손까지 대지 않았는가? 이내 깊게 숨을 들이쉬며 이제는 뭔가 조처를 해야 할 때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 한편, 큰길을 달리던 이루나는 여전히 정신이 멍했고 볼에는 아직 얼얼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오늘 서태준과 놀면서 정말 오랜만에 기분 좋은 시간을 만끽했는데 또다시 그를 마주칠 줄이야. 게다가 막장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지리라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평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꾸만 자기 인생에 끼어들어 한편으로는 위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몸을 탐하려 드는 그 뻔뻔한 이중적인 태도에 아무리 무심한 성격이라고 해도 마음이 뒤숭숭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몸을 눕히자 휴대폰에서 카톡 알림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서태준이 보낸 음성 메시지였다. “루나야, 지금 어디야? 미안, 오후에 삼촌이 할머니가 넘어져서 병원에 입원하셨다길래 급하게 병문안 가느라 인사도 못 하고 먼저 갔어.” 이루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음성으로 답장했다. “괜찮아. 할머니는 괜찮으셔? 지금은 좀 어때?” “허리 좀 삐끗하셨나 봐. 심각한 건 아닌데 우리 삼촌이 괜히 오버해서.” “그럼 할머니 잘 보살펴드려. 오늘같이 놀아줘서 고마웠어.” “오늘 밤 시간 돼? 지금 바로 만나고 싶어.” 상대방이 다시 물었다. 이루나는 멈칫하더니 이번에는 타자하기 시작했다. [일이 있어서 힘들 것 같아. 오후 내내 같이 놀았잖아. 다음에 보자.] 답장이 오기도 전에 그녀는 바로 휴대폰 전원을 껐다. 그리고 부드러운 소파에 몸을 기대어 눈을 감았다. 지금은 조용히 쉬면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좀 식히고 싶었다. 이제 서태준이 서이건의 조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괜히 엮이기 싫다는 생각이 강했다. 어차피 골칫거리만 생길 게 뻔했으니까. ... 다시 평화로운 이틀이 흘렀다. 이루나는 마음을 다잡고 동물병원 리모델링 작업에 매진했다. 매일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돌아왔고,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려 했다. 어느 날 오전, 직원과 지점 의료기기 구매 계획을 논의하던 중 갑자기 두 명의 불청객이 걸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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