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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서이건은 그 말에 시선을 서류에 슬쩍 돌렸다. 그건 다름 아닌 이은서의 초음파 검사 결과였다. 그리고 서류 제일 밑에는 분명히 임신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무슨 뜻이야?” 서이건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이은서를 쳐다봤다. “아이... 서이건 씨 아이예요.” 그러자 이은서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번에 병원에서 그날 밤... 아이가 생긴 것 같아요.” “내가 약 먹으라고 하지 않았었나?” 서이건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는...” 하지만 이은서는 이미 준비해 둔 대답을 태연히 꺼냈다. “전에 산부인과 검사받았을 때 의사가 저는 난임이라고 했어요. 자연임신 확률이 낮아서 약 먹으라고도 하셨고요. 그래서 약을 먹으려고 했는데 그때는 설마 했죠. 그런데 이렇게 되어버리니... 어쩌면 이 아이는 저희랑 인연인가 봐요.” 서이건은 짜증 나서 서류를 옆에 던져버리고 두 손으로 이마를 짚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그는 그날 병원에서의 하룻밤에 대한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다. 심지어 그 아이에 대해서도 어떤 감정도 들지 않았고 끝없는 불쾌감만이 밀려왔다. “서이건 씨, 죄송해요. 지금 당장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거 잘 알아요. 그런데 하루아침에 아빠가 되는 이런 큰일을 갑자기 말하게 돼서 저도 마음이 무겁죠. 그래도 잘 생각해 보세요. 이건 씨 나이도 적지 않잖아요. 이 아이는 오히려 때가 맞게 온 걸지도 몰라요. 현실을 받아들이고 결혼해서 아이를 정상적으로 맞이하면 안 될까요?” 서이건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표정엔 감정 하나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애초에 확고한 비혼주의자였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고 아이를 갖고 싶지도 않았다. 예전 같으면 자기도 모르게 ‘씨를 뿌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장 상대에게 해결하라고 했을 테지만 이루나가 보낸 그 끔찍한 ‘소포’가 떠올랐다. 피투성이로 뒤엉킨 물건을 생각만 해도 이미 심각한 트라우마가 생겨 낙태라는 단어만 들어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이... 낳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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