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화
“걱정하지 마.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는 더러운 사람이 아니거든.”
고지훈은 태연하게 설명했다.
단순히 돈으로 주변 상권 건물들을 통째로 사들였고 그 안에 있던 펫숍들에는 이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위로금을 줘서 전부 내보낸 것뿐이라고.
“그럼 몇십억은 날렸겠네?”
이루나는 황당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동네는 중심에 있는 상권이니 건물 하나 값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거기다 규모가 큰 펫숍들까지 쫓아냈으니 비용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몇 십억이 뭐 대수야?”
그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네가 좋으면 수백억이라도 던질 수 있어.”
“너 때문에 나만 욕먹는 거 아니야?”
이루나는 더 말이 안 나왔다.
아예 차원이 다른 사고방식이라 이쯤 되니 가난이 자기 상상력을 가둬버린 건가 싶었다.
고지훈은 어느새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에 올리며 낮게 웃었다.
“앞일은 신경 쓰지 마. 최소한 1년은 네가 돈 걱정 없이 살 만큼 벌 거야. 원래 너 실력이면 업계 원탑이 맞잖아. 이 돈은 원래 네가 가져가야 되는 거라고. 게다가 관련 부처 쪽에도 내가 꽂아둔 라인이 있어. 절대 문제 안 생겨. 맘 놓으라고.”
그의 목소리와 눈빛은 과하게 자신만만하면서도 동시에 진심 어린 애정이 묻어 있었다.
이루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이 남자는 정말 ‘감정적 가치’라는 걸 끝도 없이 퍼주는 사람이라는 걸.
그녀가 하는 모든 걸 최고라 말해주고 없는 장점도 부풀려 주고 뻔히 알면서도 끊임없이 감싸준다.
제멋대로이면서도 섬세했고 거칠지만 또 한없이 따뜻했다.
그 눈빛이 너무 깊어 이루나는 잠시 피하고 싶었다.
짧게 흔들린 마음은 고작 수십 초 남짓, 곧 다시 담담히 가라앉았다.
“네 마음은 고맙게 받을게.”
이루나는 고지훈의 손을 조심스레 밀어내며 무심한 듯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삼켰다.
그리고 일부러 거리를 두듯 의자에 등을 붙였다.
“고지훈.”
그녀는 그의 이름을 또렷이 불렀다.
“앞으로는 내 일에 그렇게까지 네 시간이나 정성을 쓰지 마. 내가 너한테 너무 많이 빚지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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