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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한편, 이루나는 며칠째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몸은 멀쩡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구름 낀 하늘처럼 무겁고 탁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다만 가끔 이성태에게 전화를 걸어 상태가 괜찮다는 말만 듣고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을 뿐이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흘러도 그 빈자리는 좀처럼 메워지지 않았다. 가게 일에 몰두하려 해도 문득 멈추는 순간마다 마음이 텅 비어 있었다. 그 공허함은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가슴을 조여와 숨이 막힐 만큼 견디기 힘들었다. 그날 낮. 느지막이 일어나 집 안을 정리하던 이루나는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무게감 있는 두드림과 소리의 간격, 세기, 리듬까지 너무 익숙했다. 심장이 먼저 알아차렸다. 이루나는 문손잡이를 쥔 채 깊게 숨을 들이켰다. 문이 열리자 낯설 만큼 익숙한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서이건. 얼마 전 병원에서 깨어난 지 고작 일주일이 지난 지라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고 턱에 수염이 듬성듬성 자라 있었으며 양 볼은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만큼은 여전히 바다처럼 깊고 무섭도록 고요했다. “아직 병원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루나가 먼저 입을 열었지만 서이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예전처럼 아무 말 없이 자기 집인 듯 조용히 신발을 벗고 거실 안으로 들어섰다. 이루나는 그를 막지도, 붙잡지도 못했다. 서이건의 손에 들린 서류봉투 하나가 괜히 불안하게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곧, 그는 봉투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베란다 쪽으로 걸어갔다. 파란 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서이건은 마치 숨을 고르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이루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말해. 괜히 뜸 들이지 말고.” 잠깐의 침묵 끝에 그가 돌아섰고 천천히 서류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는 여러 장의 카드와 두툼하게 포개진 부동산 등기증서가 들어 있었다. 이루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이게 뭐야?” 서이건은 담담하게 말했다. “카드 다섯 장, 집 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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