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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서문호가 고지훈의 뺨을 때리는 소리가 거실을 울렸고 이어진 그의 목소리는 더 날카롭고 차가웠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고지훈. 네가 감히 내 뜻을 거슬러 저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그럼 그 순간부터 우린 남이야. 내가 지금까지 너한테 투자한 자산 전부 회수할 거고 네가 어떻게 살든 내 알 바 아니야!” 처음으로 양아버지에게 뺨을 맞은 것도 모자라 이런 말까지 들은 고지훈의 눈빛이 순식간에 서늘하고 검게 변했다. “그 말... 진심이세요?” 고지훈이 이를 악물고 낮게 물었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루나는 결국 더는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문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결혼 이야기는 제가 먼저 꺼냈어요. 지훈이는 그냥 순간적으로 흥분했을 뿐이에요. 부디 지훈이를 탓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나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이루나는 가방을 움켜쥐고 거의 뛰다시피 거실을 빠져나갔다. 집 밖으로 나오자 한기가 스며들었다. 자신이 차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깨달은 그녀는 급히 택시를 불렀다. 차 안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데 고속도로의 풍경이 거꾸로 흘러가듯 마음속도 뒤죽박죽으로 무너져 내렸다. 서문호가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올 거란 건 사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한다고 생각한 양자를 손찌검까지 하며 몰아붙이는 모습을 직접 보니 방금 내뱉은 결혼이라는 말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마음속 구덩이가 너무 커져서 그걸 메우기 위해 누군가에게 기대고 새 삶을 꾸려야 한다는 강박만이 그녀를 움직이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강아지 사료를 챙겨주며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찰나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고지훈이 들이닥쳤다. “미안해.”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삼촌이 오늘 좀 예민했어. 신경 쓰지 마. 나중에 내가 어떻게든 설득해 볼게.” “그만해.” 이루나는 고개를 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회장님 태도는 나도 봤어. 사실 전혀 원망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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