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8화
서이건은 그 말들을 들을수록 더더욱 혐오감이 치밀었다.
“제가 약혼 취소하겠다고 했잖아요. 말귀를 못 알아들으십니까?”
그는 두 사람을 향해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
“앞으로 제 앞에서 결혼이라는 단어는 절대 꺼내지 마세요. 누가 감히 또 입에 올리면 전 평생 외국에 살며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차화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반박했다.
“미쳤어? 정말 여자 한 명 때문에 우리한테 이러는 거야?
심혜진은 차화영을 달래며 서이건을 설득했다.
“이제 어머님도 나이가 들고 몸도 아파요. 도련님, 제발 그런 말로 더 이상 자극하지 마세요. 결혼하기 싫다면 왜 은서를 아이까지 가지게 한 거죠? 그냥 자연스럽게 혼인 절차를 밟는 게 좋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결혼식은 제가 알아서 다 준비할 테니까. 번거로운 건 제가 다 처리할 거니까 몸만 오세요!”
“엄마, 제발...”
서태준은 더는 듣기 힘들다는 듯 심혜진을 막아섰다.
“삼촌이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했으니까 이제 그만 설득하세요. 억지로 결혼시키려면 차라리 루나를 설득해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게 좋을 겁니다.”
“나가!”
서이건은 더 이상 이루나와 관련된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조용한 곳으로 가서 외딴섬에서 남은 생을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그의 눈빛이 너무 위험해 보이자 나머지 사람들도 잠시 병실을 떠났다.
서이건은 침대맡에 기대어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그는 거액을 건넨 뒤로 이 관계를 체면 있게 끝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루나가 다른 이와 결혼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이 또다시 궁지로 몰린 기분이었고 벗어날 수 없는 막다른 길에 갇힌 듯한 절망감이 몰려왔다.
...
한편, 이루나는 돈을 고지훈 명의로 옮긴 뒤 다시 그의 회사로 따라왔다.
그의 주업은 인터넷 게임 회사 운영이었다.
규모도 꽤 컸고 일이 빠르게 돌아가느라 언제나 바쁘게 굴었다.
하지만 고지훈은 기술적으로도 대가였고 업무 효율도 훌륭했다.
업계 최정상을 모셔다가 팀을 꾸릴 만큼 아낌없이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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