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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서이건은 마치 귀신을 본 듯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여긴 왜 왔어?” 말투는 차갑고 무심했으며 왠지 모르게 분노가 묻어났다. 어쨌거나 이곳은 사무실이지 않은가.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공간으로 제법 진중한 장소였다. 그런데 육체적인 관계를 맺었던 여자가 느닷없이 들이닥쳤다는 자체가 그의 기준에서 명백한 선 넘는 행동이었다. 그동안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이루나는 앞으로 다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벌써 2주가 지났잖아. 좀 보고 싶더라고, 그래서 왔어.” 말을 마치고 곧바로 사무용 책상에 털썩 앉았다. 마치 제집인 양 대수롭지 않고 여유로운 태도였다. 도발적인 차림과 코끝을 자극하는 달콤한 향기에도 서이건의 표정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단지 목소리만큼은 낮게 가라앉았다. “이루나,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루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따지고 보면 지난번에 이건 씨 덕분에 목숨을 건진 셈이지. 내가 정말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지면 그건 너무 비양심적이지 않겠어?” 곧이어 엉덩이를 슬쩍 움직여 그와 마주 보며 앉았고, 동시에 하이힐을 툭 벗어 던졌다. 그리고 검은색 시스루 스타킹을 신은 늘씬한 다리를 남자의 무릎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씨가 목숨 걸고 구해주지 않았다면 살아 있더라도 반신불수가 되었을 거야. 그래서 감사 인사를 제대로 하려고.” 서이건은 굳은 얼굴로 꼼지락거리는 그녀의 발가락을 탁 쳐냈다. “그 말은 다시 꺼내지도 마. 네가 어디서 죽든 관심 없지만 그게 이씨 가문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내 약혼식 망칠 뻔했는데 가만히 있었겠냐?” 그러고 나서 가죽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싸늘하게 말했다. “당장 꺼져.” 이내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가 바깥 공기를 쐬었다. 이루나는 책상 위에 앉아 욕망 어린 눈빛으로 그의 몸을 훑어보았다. 무심한 얼굴에도 넓은 어깨와 태평양 같은 등은 도무지 눈길을 뗄 수 없었다. “그래? 어디로 꺼져줄까?” 그리고 서이건의 등 뒤로 다가가 귓가에 대고 농담조로 속삭였다. “서태준 만나러? 참, 마침 오늘 또 나랑 수영하자고 했는데 갈까 봐...” “닥쳐!” 서태준을 언급하자마자 서이건은 펄쩍 뛰면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노려보았다. “조카로 내 인내심 시험하지 마. 진짜 죽여버릴 수도 있어.” “왜 그렇게 화를 내?” 이루나는 맞받아치는 대신 두 팔로 남자의 목을 감싸며 애교를 부렸다. “이건 어때? 우리 게임 하나 하자. 내가 지면 바로 갈게.” 서이건의 싸늘한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게임이라는 말에 혼란스러운 듯 가까이에서 다정하게 껴안고 있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바로 오늘 당신이 무슨 브랜드 속옷을 입었는지 맞히는 거지. 맞히면 승, 틀리면 패!” 서이건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대뜸 그녀를 밀어냈다. “그럼 맞춰볼게. 혹시 아르마니?” 이루나는 화가 난 남자를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다시 그의 목을 감쌌다. 그리고 요염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 말도 안 되는 ‘게임’을 끝까지 해보려는 듯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계속되는 밀착, 그리고 부드럽고 말랑한 몸이 닿는 순간 서이건의 표정이 착잡하게 변했다. “꺼지라고 했잖아, 안 들려?” “내가 맞췄는지 아닌지부터 알려줘.” “아니야.” “정말? 못 믿겠으니까 확인해볼게.” 말을 마치고 막무가내로 허리춤을 향해 손을 뻗어 정장 바지의 벨트를 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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