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화
서이건은 이루나의 비웃음에도 아무렇지 않아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약간 신경이 긁혔다.
“그 사람 조건이 나보다 좋아?”
서이건이 되물었다.
서이건은 고지훈을 얕잡아보는 편이었다. 고지훈은 그저 얼굴이 반반한 기생오라비로서, 서문호라는 배후를 믿고 까부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고지훈한테 화를 내는 것 자체가 창피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루나는 그런 고지훈을 서이건보다 뛰어난 사람이라고 하고 있지 않은가.
이루나는 긁힌 서이건을 보면서 더 차갑게 비웃었다.
“당연하지. 당신보다 젊고 힘 있고 다정하고 의리 있어. 키도 당신보다 1cm 더 커. 그리고 당신이 갖고 있는 건 다 갖고 있어. 당신이 갖지 못한 것까지도 말이야. 당신처럼 내 머리채를 잡거나 독한 말로 나를 수치스럽게 하지도 않아. 그리고 당신 친척 같은 사람들도 없고. 그 사람 마음속에는 오직 나뿐이야. 오직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애쓴다고. 나는 그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항상 행복해. 그런데 당신이 그 사람보다 나을 게 뭐가 있어?”
서이건은 그 말을 들으면서 얼굴이 파리하게 질려버렸다. 그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이루나는 그런 서이건 앞에서 차갑게 말을 이었다.
“서이건, 솔직하게 얘기할게. 난 한 번도 당신한테 감정 따위 가져본 적 없어. 처음에는 돈 때문이었고 나중에 내가 매달린 건 당신을 이용하기 위해서였어. 이게 바로 우리 관계의 본질이야.”
그 모든 것을 들은 서이건은 그대로 굳어버린 채 차가운 눈빛으로 이루나를 노려보았다.
“...”
이루나는 몸을 돌려 얘기했다.
“됐어. 할 말은 이제 끝났어. 얼른 가. 앞으로는 선을 지켜주길 바라. 내 삶에 함부로 끼어들지 말고.”
서이건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이루나가 서이건에게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는 것과, 이루나가 고집을 꺾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 서이건은 결국 한숨을 내쉬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이루나는 멀어지는 서이건의 걸음 소리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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