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6화
고지훈이 떠난 뒤 이루나는 소파에 누워 핸드폰으로 의미 없는 릴스나 봤다. 그렇게라도 아까의 일을 잊고 싶었지만 릴스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고지훈이 한 말들이 맴돌고 있었다.
속이 좋지 않았다.
처음에 고지훈을 이용하기 위해 다가간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고지훈과 결혼을 결심한 것도 진심이었다. 다만 이런 일이 생겼으니 고지훈과의 관계를 끝내는 것 외에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며칠간 고지훈은 더 연락하지 않았다. 이루나는 고지훈에게 차단당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저 고지훈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내내 이루나는 머리가 어지러워서 동물 병원에 가 볼 생각도 없었다. 그저 핸드폰으로 점장의 문자를 처리할 뿐, 집에서 이 감정을 삭이는 데 신경 썼다.
그러다 어느 날 점심.
점심을 배달시키려고 일어났는데 방문이 열려있었다.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당당하게 들어오는 서이건 뒤로 가정부 전수애가 따라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전수애는 마트에서 장을 봐온 것인지 채소까지 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루나 앞으로 와 허리를 굽혔다.
“루나 아가씨, 전 대표님의 지시로 앞으로 이곳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아직 식사 전이죠? 바로 점심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해 주세요.”
열심히 일하는 전수애를 보면서 이루나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그저 서이건을 흘겨보며 말할 뿐이었다.
“이렇게 하는 게 날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내 허락도 없이 사람을 집에 들이는 게?”
서이건이 담담하게 얘기했다.
“난 널 위해 이러는 거야.”
“필요 없어!”
이루나는 지금 서이건을 보면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서이건, 난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이제 내 삶에서 그만 사라져 줘!”
하지만 서이건은 늘 그랬듯 이루나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이루나의 앞으로 왔다.
“난 너한테 3일의 시간을 줬어. 이제 마음을 정리할 때가 되지 않았어? 언제 다시 돌아올 거야?”
“미친놈.”
이루나는 짜증이 치밀어 결국 욕설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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