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드디어 믿을 만한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주유소의 직원이 여자인 것을 보고 그녀는 바로 직원에게 사실을 말했고 핸드폰을 빌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의 이름은 유하정, 지난 몇 달 동안 싱가르에서 아픈 엄마를 돌보다가 며칠 전에 귀국했다. 두 사람은 아직 만나서 밥도 같이 먹지 못한 상황이었다.
1시간도 안 돼 유하정은 차를 몰고 주유소에 도착했다.
“너...”
전화로는 그저 이루나가 차를 몰고 가다가 호수에 빠졌다는 말만 들었을 뿐 사고가 난 이유에 대해서는 몰랐다.
물에 빠진 생쥐처럼 낭패한 친구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얼른 타.”
이루나는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산송장처럼 넋을 잃은 채 조수석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전하고 편안한 이 작은 공간에 올라타니 그녀는 비로소 인간 세상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생수를 꿀꺽꿀꺽 들이켰다.
유하정은 이내 시동을 걸었고 차를 돌려 큰길로 들어갔고 차를 몰면서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평소에 레이싱 하던 애 맞아? 어떻게 호수로 차를 몰고 가냐? 창피하게. 내가 말했지. 잘난 척 좀 그만하라고. 너 이러다가 정말 큰코다칠 거야. 매번 네가 운전하는 차를 탈 때마다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는데 결국 이 사달이 나는구나.”
이루나의 차가 호수에 추락한 것에 대해 유하정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친구가 수영을 잘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목숨을 스스로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계속 무뚝뚝하게 차창 앞을 보고 있었던 이루나는 한동안 오늘 밤에 겪은 공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였다.
“누군가 날 호수로 밀어낸 거야. 이건 살인이라고.”
이루나는 멍한 얼굴로 한마디 했다.
“뭐?”
유하정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거야? 누가 한 짓이냐고?”
“이씨 가문의 사람, 박희연.”
“세상에.”
그 말을 듣고 유하정은 숨을 들이마시며 차 속도를 늦추었고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지독한 인간이구나. 어찌 됐든 자기 조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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