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0장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건 오히려 심자영이었는데 이는 방지아에 대한 모욕이나 마찬가지였다.
방지아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지만 딱히 어찌할 도리가 없어 불만을 꾹 눌러 담은 채 그녀를 따라 걸었다.
사무실 문을 열자 따뜻한 난방 바람이 밀려와 심자영의 머리카락과 옷깃 위에 내려앉았던 눈송이들이 금세 녹아 물방울이 되어 흘러내렸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리고 몇 걸음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 자리에 앉으려던 찰나, 맞은편 책상에 웅크리고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작고 어린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머리에는 회색 니트 모자가 씌워져 있었고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작은 체구로 보아 다섯, 여섯 살 정도 되어 보였다.
심자영은 순간 멈칫했다.
그 자리는 원래 신태욱의 자리지만 매일 학교에 나오는 건 아니라 대개는 자리가 비어 있는 편이었다.
‘혹시 신 선생님 아이인가? 하지만 그분에게 아이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하지만 그녀는 잠시 생각을 접고 아이가 놀랄까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책상 앞에 다다라 손에 든 가방을 조용히 내려놓는 순간, 작은 소리에도 아이는 깜짝 놀란 듯 움찔하며 고개를 감싸안고 책상 아래로 재빠르게 몸을 숨겼는데 너무 갑작스러웠는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동화책이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반응은 마치 몸에 각인된 반사처럼 빠르고 날카로웠다.
심자영은 잠시 얼어붙었다.
조심하느라 했지만 결국 아이를 놀라게 하고 말았다.
그녀는 급히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바닥에 떨어진 동화책을 집어 들며 살살 먼지를 털어냈다.
그리고 몸을 숙여 책상 밑 웅크린 아이를 바라보며 한껏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내가 놀라게 했어?”
원래도 부드럽던 그녀의 음성은 이 순간 더욱 조용하고 따뜻한 것이 묘하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담겨 있었다.
아이는 심자영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머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지만 여전히 방어적인 자세를 풀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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