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2장
추영자는 여전히 그가 떠나기 전과 똑같은 자세로 누워 있다가 그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눈을 감고 잠든 척했다.
주성호는 옆에 서서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안 자는 거 아니까 연기 그만해.”
하지만 추영자는 미동도 없었다.
주성호의 눈가에 실망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됐다. 나도 처리할 일이 있어. 그렇게도 내가 보기 싫다면 푹 쉬어. 나 갈게.”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주성호는 마치 주먹을 허공에 휘두른 듯한 허탈감이 밀려왔다.
몇 분간 그 자리에 서 있어도 끝내 그녀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주성호는 실망한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잔뜩 긴장했던 추영자의 몸이 서서히 풀렸다.
그녀는 이윽고 몸을 돌려 침대에 앉아 굳어 있던 목덜미를 주무르며 숨을 고르다가도 시선을 문 쪽에 고정한 채 주성호가 다시 들어올까 봐 경계했다.
아까 주성호가 자신을 등지고 나가 전화를 받았고 그 뒤 곧바로 서둘러 떠난 걸 보면 아마 전화를 건 사람은 장미숙일 것이다.
‘그 여자 입으로는 못 믿겠다더니, 행동은 정말 빠르네.’
추영자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장미숙이 주성호가 자신에게 하는 짓을 그냥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장미숙은 겨우겨우 다시 주성호 곁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주성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살아온 나날들 속에서 그녀의 욕심은 이미 부풀 대로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눈앞의 이 편안한 삶을 어떻게 쉽게 내놓겠는가.
장미숙이 조금이라도 영리하다면 주성호가 완전히 마음을 돌리기 전에 그를 붙잡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주성호가 정말로 손을 떼버린다면 그녀가 갈 수 있는 길은 없다.
이것이 바로 추영자가 먼저 장미숙에게 연락해 협력하자고 한 이유였다.
질투와 욕심에 사로잡힌 여자는 어떤 수단이라도 가리지 않을 것이었다.
장미숙이 조금만 더 머리를 쓰면 된다.
주성호를 유혹해 증거를 잡고 눈물을 보이며 세상에 소문을 퍼뜨리면 체면을 중시하는 주성호가 결국 그녀를 책임질지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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