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0장
그는 다리를 한번 움직이고는 묘비를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엄마, 저 이제 가야 해요. 오늘 밤엔 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다음에 다시 올게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제가 잘 챙길 테니 걱정 마세요.”
말을 마친 주경민은 곧바로 돌아서서 묘원 밖으로 걸어 나갔다.
추영준은 주경민의 의도를 짐작하고 마음속이 서늘해졌지만 그래도 그의 지시대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주경민이 안으로 들어간 뒤로 내내 불안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그가 나오면 바로 알아챌 수 있도록 추영준은 추위도, 두려움도 개의치 않고 차 밖에서 계속 기다렸다.
어둠 속에서 익숙한 검은 실루엣이 걸어 나오는 걸 보자 추영준은 거의 반사적으로 달려가 맞이했다.
“대표님, 나오셨군요.”
주경민은 안에서 울고 나온 듯 얼굴의 눈물 자국은 이미 닦아냈지만, 눈가가 아직도 조금 붉었다.
추영준은 하필 그걸 보고야 말았다.
주경민의 가정사를 떠올리자 추영준의 마음속에 묘한 씁쓸함과 함께 연민까지 피어올랐다.
정말 우습지 않은가.
밖에서는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주성그룹의 미래 실권자인 주경민을 고작 비서 따위가 동정하고 있다니.
하지만 세상일이란 원래 이런 법이다.
주경민은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는 비극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거의 한 번도 진짜 가족애라는 걸 누려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친절은 전부 이익을 계산한 것이었고, 그의 친척들조차 하나같이 그의 지위와 권력을 탐해 주성그룹에서 한몫 챙기려 아첨할 뿐이었다.
주경민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심자영뿐이다.
그녀만이 그의 지위와 권력에 욕심내지 않고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며 잘해주었다.
그래서 심자영이 떠난 후 주경민이 왜 그렇게 이성을 잃고 모든 걸 내팽개친 채 그녀를 찾아 헤맸는지 추영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심자영이 없는 주씨 가문은 주경민에게 그저 차갑고 공허한 공간일 뿐, 절대 집이 아니었다.
주경민이 심자영을 집으로 데려왔을 때 그는 고작 열두 살이었다.
자신조차 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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