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3장
이 늦은 시간에 집사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걸 보니,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분명 추영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
주성호는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은 뒤, 옆으로 몇 걸음 물러서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그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음에 잠시 귀를 기울였다.
무슨 소리인지 곧바로 떠올릴 수 없었는데, 그 순간 집사의 다급하고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저택에 불이 났습니다!”
30분 전
낮에 잠을 너무 오래 잤던 탓일까.
추영자는 한참을 이리저리 뒤척였지만, 밤이 깊어가도 도무지 잠들지 못했다.
가슴 한구석에 자꾸만 불안감이 스며들어, 마치 곧 무언가 끔찍한 일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 불길한 예감은 한밤중까지 가시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마시러 갔다.
최근 과다 출혈로 온몸이 기력이 쇠한 상태라 목이 바싹 말라 있었다.
혹시라도 그녀가 다시 유리컵을 깨뜨리고 자해할까 봐, 저택의 모든 컵은 스테인리스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컵에 물을 따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천천히 창가로 걸어갔다.
그리고 커튼을 젖혀 밖을 확인하려던 찰나였다.
눈앞에 갑자기 붉은 불빛이 가득 번졌다.
타오르는 불길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며 밖의 설원까지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불이야!’
추영자의 머릿속에 그 단어가 번개처럼 스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창문이 꽉 닫혀 있어 아직 방 안으로 연기가 들어오진 않았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건 명백했다.
곧바로 그녀는 욕실로 달려가 깨끗한 수건을 물에 적셔 입과 코를 틀어막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 시각은 사람들이 가장 깊게 잠든 새벽이었다.
이 시간대에 불이 난 건 단순한 우연일 가능성이 작았다.
하여 그녀는 누군가 일부러 불을 지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1층까지 내려왔을 때 이미 불길은 거세게 번져 있었다.
저택 안에도 연기가 가득 차기 시작했지만, 다행히 창문과 문들이 모두 튼튼한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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