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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장

그녀는 이미 부모를 잃었으니 더는 이모마저 잃을 수 없었다. 강도현의 차는 마침 대문 밖에 멈춰 있었다. 운전석은 창문이 내려가 있었고 강도현은 한 손을 창틀에 걸친 채 집 안에서 통화 중인 심자영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폈다. 전화를 받았을 때의 기쁨에서 무슨 소식을 듣자마자 굳어버린 표정, 순식간에 얼굴의 웃음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미간에 깊게 주름이 잡혔다. 강도현의 마음도 덩달아 조여들었다. 잠시 망설였으나 결국 차 문을 열려던 손을 거둬들이며 그녀를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심자영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그의 쪽으로 빠르게 걸어오기 시작하자 그제야 강도현은 그녀에게 고정돼 있던 시선을 천천히 거두었다. 심자영은 머릿속이 복잡한 채로 차에 올랐다. 그녀는 차 뒤편을 돌아 조수석에 타자마자 안전벨트를 매고 고개를 들었고 바로 강도현의 시선과 마주쳤다. 심자영은 잠시 멈칫했다. 강도현이 오래 기다렸을 텐데 미처 신경 쓰지 못한 게 미안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방금 전화받느라고 조금 늦었어요.” 그의 얼굴에 부드러운 웃음이 스쳤다. “괜찮아요. 우리 급한 거 없잖아요. 얼마나 기다리든 상관없어요. 이제 다 끝났어요? 준비됐으면 출발할까요?” 심자영은 마음을 다잡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 됐어요. 출발해요.”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그 눈빛에는 웃음이 담기지 않았다. 눈동자에 스친 건 지울 수 없는 불안과 걱정뿐이었다. 강도현은 그런 심자영을 살피며 아무 말 없이 시동을 걸었다. 차는 방지 체인이 장착돼 있어 눈길에서도 안정적으로 나아갔다. 바퀴가 쌓인 눈과 얇은 얼음을 밟으며 내는 마찰음이 차 안에 잔잔히 울렸다. 심자영은 고개를 숙인 채 손에 쥔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강도현은 무심코 손가락으로 운전대 위를 두드리며 몇 번이나 옆을 힐끔거렸다. 몇 차례 입술을 달싹였지만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고 끝내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때 심자영이 고개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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