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9장

갑작스러운 어색함이 지나가자 강도현의 가슴에서는 기쁨이 터져 나와 자신도 모르게 눈가에 웃음기가 스며들었다. 아직 기회가 있다. 심자영은 주경민에 대한 옛 감정을 잊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강도현은 생각할수록 심장이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고개를 돌려 심자영에게 무슨 말을 꺼내려 했지만 심자영의 차분하고도 걱정스러운 얼굴을 마주치자 한순간에 마음이 가라앉아 방금까지의 기쁨도 금세 걱정으로 바뀌었다. 심자영이 이렇게까지 서둘러 돌아가려는 건 분명 그녀의 이모에게 무슨 일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이럴 리가 없다. 강도현은 문득, 아까 심자영이 전화를 받았을 때 표정이 변했던 장면을 떠올렸다. 아마도 그때 그녀의 이모에 대한 소식을 들었던 게 분명했다. “미안해요, 내가 오해했어요.” 강도현이 사과하며 말했다. 그는 차를 길가에 세우고 진지하게 심자영을 바라봤다. “자영 씨 이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주저 말고 말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반드시 도울게요.” 심자영은 강도현의 진지한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그저 살짝 웃어 보였다. 하지만 눈가에 서린 걱정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고마워요. 괜찮아요. 시간도 늦었으니 우리 얼른 장 보고 빨리 돌아가요.” 심자영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강도현은 그녀의 마음이 이미 다른 데 가 있음을 눈치챘다. 차라리 오늘은 가지 말자고 말하려다 이미 심자영이 그의 시선에서 관심을 거둔 걸 보고는 끝내 말을 삼켰다. 그는 다시 시동을 걸어 차를 몰았다. 심자영은 휴대폰으로 또다시 추영자에게 메시지 두 통을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아무런 답이 없었다.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다시 가슴속으로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 주경민은 아주 오래 자고 나서야 깨어났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귓가에는 기계의 ‘삑삑’거리는 소리만 들렸고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취가 이제 완전히 풀린 탓에 온몸이 심하게 아팠다. 마치 뼈가 산산조각 났다가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