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0장

그는 고개를 숙여 눈가에 스친 싸늘한 미소를 가렸다. 어젯밤의 그 말들, 아마 주성호 눈에는 자신의 권리에 도전하는 발언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 말들이 주성호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원래는 주성호가 돌아간 뒤 바로 돌봄을 맡을 메이드와 간병인이 병실로 올 예정이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주성호는 돌아간 이후 지금까지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주경민은 이것이 주성호가 주는 경고라는 걸 알고 있다. 자신이 아버지를 분노하게 했고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대가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신호였다. 만약 자신이 계속 눈치 없이 굴면 이 병원에서조차 더는 머물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마도 추영준만이 그 소식을 듣지 못했기에 감히 병원으로 찾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 쪽은, 결국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어 납작 엎드려야만 일이 조금이나마 풀릴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주경민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다. 그가 뜻밖이라고 생각한 것은 자신이 깨어난 후에도 그 모녀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어젯밤 주성호의 말투를 떠올려 보면 강유리는 지금 해성시에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 모녀의 탐욕스러운 본성을 생각하면 소식을 들은 즉시 병원으로 달려왔을 것이다. 최소한 이렇게 조용하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를 외면하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주경민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 모녀가 아예 그의 세계에서 완전히 사라져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를 바랐다. 추영준은 주경민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진 것을 보며 어젯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해 보았다. 어젯밤 자신이 주성호에게 주경민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주성호는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얼굴로 병원에 달려왔고, 병원 측에 압력을 넣으며 온 힘을 다해 주경민을 살리라고 했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다친 주경민을 병원에 혼자 내버려두고 아무런 연락도 없는 것일까? 혹시 어젯밤 병실에서 두 사람 심하게 다툰 것일까? 병원 VIP 병실은 방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