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9화

“손님, 오해입니다. 고객님께서 저희 은하 그룹과 계약만 체결하신다면 끝까지 책임지고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신민재가 인수연에게 공손히 말했다. 이 여자의 목소리는 분명히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였다. 너무나 익숙해서 기억 속 어딘가를 건드리는 음성이었다. 서예은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노련한 여우답게 신민재는 말 한마디 새지 않게 완벽하게 수습했다. “서예은 디자이너가 계속 진행하지 않는다면 이번 계약은 무효로 할게요.” 인수연이 단호하게 말하자 신민재는 이런 급의 손님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건 곤란하겠네요. 서예은 씨는 회사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고당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다른 직원이 맡는 게 싫으시다면 이번 계약은 저희 쪽에서 진행이 어렵겠네요.” “좋아요.” 인수연이 차갑게 대응하자 그제야 서예은이 입을 열었다. “신 부장님, 이분이 누군지 아세요?”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이분이 바로 부장님이 저더러 직접 모시라고 하신 인수연 씨예요.” “뭐라고?” 신민재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고 기억이 번쩍 되살아났다. 아까부터 왜 이 여자의 목소리가 그토록 익숙한지 이유를 찾을 수 없었지만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이 여자가 바로 인수연이었다. 순간, 신민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바로 태도를 180도 바꿔 비위를 맞추느라 애썼다. “인수연 씨,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멀었나 봅니다. 인수연 씨라는 걸 몰랐네요.” “방금은 제 계약을 받지 않겠다면서요?” 인수연은 그 태도가 어이없어서 코웃음을 쳤다. “아닙니다. 그런 뜻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오해예요, 이건 완벽한 오해입니다.” 신민재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계속 굽신거렸다. “무엇을 드시겠어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지금 딱 식사 시간인데 제가 모시고 식사라도...” “됐어요.” 인수연은 신민재의 말을 바로 잘랐다. “전 서예은 디자이너만 있으면 돼요.” 그러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아까 당신이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