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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주현진의 사무실 앞으로 다가간 서예은이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살짝 열려 있는 문틈으로 주현진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는 서지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기야, 내가 좋아 서예은이 좋아?” 주현진은 그녀를 끌어안은 채 볼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당연히 네가 더 좋지. 하지만 회사에서는 조심해야 해. 서예은도 여기 있잖아.” “쳇, 맨날 그런 말만 해. 오빠 아직도 그 여자한테 예의 차리잖아.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서지안은 입을 삐죽 내밀며 투정을 부렸다. 주현진은 서둘러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달랬다. “바보야, 난 너만 사랑해. 서예은은 회사 창립 멤버이기도 하고 지분도 가지고 있잖아. 지금 회사는 서예은의 디자인이 필요해. 나중에 필요 없게 되면 처리할 거야. 내 마음엔 너밖에 없다고.” 서지안은 그제야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품에 안긴 채 코맹맹이 소리를 했다. “오빠, 서예은의 새로운 디자인 시안으로 내가 공모전에 참가하면 안 돼? 나도 회사에 도움이 되고 싶어.” 주현진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이번 주얼리 디자인 공모전만 끝나면 적당한 구실을 붙여 서예은을 운영진에서 물러나게 할 거야. 그러면 회사는 온전히 우리 거야.” 서지안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앙탈을 부렸다. “그래. 말한 거 꼭 지켜야 해. 나중에 마음 약해져서 약속 어기면 안 돼. 알았지?’ 주현진은 그녀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내가 언제 약속을 어기는 걸 봤어?” 문밖에서 이 모든 대화를 들은 서예은의 가슴은 얼음처럼 차갑게 식었다. 주현진이 서지안과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을 회사에서 쫓아낼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는 사실에 혈액이 역류하는 듯했다. 그녀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지만 치밀어 오르는 화 때문에 아프다는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서예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정신을 가다듬고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온 후, 서예은은 의자에 앉아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웠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미완성 디자인 시안을 바라보며 그녀는 점점 결심을 굳혔다. 잠시 뒤, 서예은이 회사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주현진이 그녀를 찾아 사무실로 들어왔다. 평온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서예은의 모습에 주현진은 눈썹을 찡그린 채 책상 앞으로 다가가 손을 짚고 몸을 숙이고 말했다. “서예은, 내가 말했잖아. 서지안은 그냥 나한테 여동생일 뿐이야. 어젯밤 일은 다들 장난이었어.” 서예은은 고개를 들어 차가운 눈빛으로 주현진을 바라보았고 입가에 걸린 그녀의 미소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주현진, 어제 분명히 말했잖아. 우린 이미 끝난 사이야. 그리고 회사 지분도 매각할 거야. 앞으로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게 될 거야.” 주현진의 얼굴이 즉시 굳어졌다. “예은아, 진짜 오해야. 필요하면 서지안더러 직접 너한테 설명하라고...” “필요 없어.” 서예은은 주현진의 말을 단호하게 끊고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현진, 우리 어린애 아니잖아. 어떤 일은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게 좋아. 그리고 너랑 서지안 사이, 이제는 관심 없어.” 주현진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경고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무슨 뜻이야? 겨우 그깟 일로 우리 사이의 감정을 망가뜨릴 셈이야?” “겨우 그깟 일?” 그녀의 눈에는 조소가 스쳤다. “주현진, 너는 이게 겨우 그깟 일로 보여? 아니면 너한테 난 이런 말에조차 쉽게 속는 바보인 거야?” 주현진은 눈썹을 찡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예은, 선 넘지 마. 이번엔 그냥 넘어갈 테니까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 없길 바랄게.” 서예은은 일어나서 똑바로 그를 바라보며 단호하면서도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현진, 나 진심이야.” 순간, 사무실 안 공기가 팽팽해지며 싸늘한 냉기가 맴돌았다. 주현진은 주먹을 꽉 움켜쥐더니 싸늘하게 웃으며 문을 향해 돌아섰다. “서예은, 생각 잘해.” 말을 마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문을 쾅 닫고 사무실을 나갔다. 서예은은 그 자리에 서서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업무를 시작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업무 인수인계하고, 지분을 매각하고, 이 쓰레기 같은 곳에서 벗어나는 것. ... 박씨 가문 저택. 한정판 마이바흐 한 대가 고풍스러운 저택으로 들어섰다. 차체의 우아한 곡선과 청회색 기와의 대비가 눈에 띄었다. 차가 정원 한가운데 멈추자, 문이 열리며 반짝이는 구두가 땅에 닿았다. 박시우는 긴 다리를 내디디며 거침없이 현관으로 걸어 들어갔다. 안방에서 TV를 보던 정미정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 우리 바쁜 아드님께서 드디어 집으로 온 거야? 그래, 내가 너한테 줬던 사진은 다 봤어?” 박시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정미정한테 다가가며 말했다. “엄마, 안 그래도 묻고 싶었는데 이건 무슨 뜻이에요? 왜 소개팅 사진에 남자 사진이 들어있는 거예요?” 정미정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선택지를 넓혀주려고 그랬지. 혹시 네가 남자를 좋아할지도 모르잖아?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으니까 빨리 며느리를 데리고 와.” 그녀의 말에 박시우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엄마, 제 성향은 지극히 정상이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수고는 그만 좀 해요. 아들이 그렇게 못나 보여요?” 정미정은 상관없다는 듯 손을 저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시우야, 왜 그렇게 융통성이 없어? 지금이 어떤 세월인데? 남자를 좋아하든 여자를 좋아하든 그런 건 다 상관없어.” 박시우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넥타이를 풀며 말했다. “엄마, 며느리 데려올 테니까 그만 좀 해요.” 그의 말에 정미정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뻥 치지 마. 입만 살아서는. 어디 한번 데려오기나 하고 그런 소리를 해.” “삼 일 뒤에 데리고 올게요.” “뭐? 진짜야?” 정미정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 “네.” 박시우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을 올라갔다. 정미정은 갑자기 소파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소리를 질렀다. “여보, 대박 사건! 우리 아들이 드디어 연애를 하나 봐요.” 등 뒤에서 들리는 정미정의 목소리에 박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회사에서 돌아온 서예은은 이금희와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짐을 정리하며 외할머니한테 어떻게 결혼 소식을 전해야 할지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하던 차에 갑자기 핸드폰에 카톡 알림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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