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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서지안을 바닥에서 일으키는 주현진의 모습을 내려다보던 서예은의 입가엔 비웃음이 맺혔다. 서지안은 가냘픈 몸짓으로 주현진의 품 안으로 기대며 말했다. “오빠, 나 괜찮아. 언니가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실수로 넘어진 거야. 그런데 언니가 오빠와 나 사이를 오해했는지 화가 많이 났나 봐. 무엇보다 내가 부적을 망가뜨렸다고 더 화냈어.” 서예은은 입꼬리를 올린 채 냉소를 지으며 서지안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배우 뺨치는 그녀의 불쌍하고 연약한 연기는 보는 사람 누구라도 동정할 만큼 매우 훌륭했다. 주현진은 자신의 품 안에 안겨있는 서지안을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얼굴은 왜 이래?” 그의 목소리엔 날카로움이 서려 있었다. “오빠, 언니 탓이 아니야...” 아닌 척했지만, 서지안의 말에는 반대의 의미가 담겨있었다. 조명이 주현진의 얼굴을 비추며 날카로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강렬한 조명에 그의 얼굴이 더욱 선명해지자, 서예은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했다. 그때, 주현진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울려 퍼졌다. “서예은, 당장 서지안한테 사과해. 아무리 그래도 손을 대는 건 아니잖아!” 서예은은 두 사람을 훑어보며 비웃음을 지었다. “사과? 내가 왜?” 주현진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서예은, 너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정말 실망이다.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서지안한테 사과해!” 서예은은 코웃음을 치며 차가운 눈빛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주현진, 나도 마지막으로 말하게. 절대 사과할 일 없어. 죽어도 안 해.” 단호한 그녀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오른 주현진은 순간 이성을 잃은 듯 주저 없이 손을 뻗어 서예은의 뺨을 후려쳤다. 찰싹! 서예은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타는 듯한 통증이 뺨을 휘감았고, 손끝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처음엔 놀라움이었지만 금세 그 감정은 이내 차가운 증오로 변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현진을 응시하며 잠긴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주현진, 이 한 대로 우리 사이는 이제 끝이야.” 주현진의 손은 아직도 공중에 멈춰 있었고, 손바닥에는 묘한 저릿함이 감돌고 있었다. 서예은의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본 주현진은 그제야 후회와 당혹감이 밀려왔다. “예은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네가 사과만 했어도 내가 손을 댈 일까지는 없었잖아. 너도 알다시피 난 여자에게 손을 대는 법이 없어. 우리가 함께하는 동안 한 번도 네게 폭력을 행사한 적 없잖아. 서지안을 때린 건 네 잘못이야. 얘한테는 손을 대지 말았어야지.” 주현진이 이렇게 긴말을 늘어놓는 건 서예은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제 아무 의미 없었다. 서예은은 등을 곧게 펴고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주현진, 우리 이제 진짜 끝이야.” 서예은이 말을 마치고 돌아서자, 주현진은 허둥지둥 그녀의 팔을 잡았다. “예은아, 그러지 말고...” 서예은은 그의 손을 내팽개치듯 뿌리치며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 주현진은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멈추어 선 채 복잡한 눈빛으로 서예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정말 이대로 끝날 것 같은 관계에 주현진은 문득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한편, 이 상황을 지켜보던 서지안은 마음속으로 만족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주현진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나지막이 말했다. “오빠, 언니를 너무 탓하지 마. 그냥 화나서 하는 말일 거야.” 주현진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평소에 너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둔 탓이야. 며칠 지나면 다시 찾아올 거야. 그땐 네게 사과하게 할게.” ‘역시, 여자는 버릇을 잘 들여야 해.’ 이내 주현진은 서지안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서지안은 입가를 꾹 눌러도 웃음이 새어 나올 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서예은, 주현진은 내 것이야.’ 화장실에서 나와 핸드폰을 확인하자, 알 수 없는 계좌 이체 알림이 떠 있었다. 0이 몇 개인지 채 세어보기도 전에 전화가 울렸다. 액정에 뜬 이름에 심장이 두근거린 서예은은 숨을 고르고 전화를 받았다. “부인, 돈은 받으셨나?” 전화기 너머로 매력적인 저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뜬금없는 ‘부인’이라는 호칭에 서예은은 심장이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받... 받았어요. 그런데 저도 돈 있어요. 이러실 필요 없는데...” 서예은은 당황스러운 마음에 더듬거리며 말했다. “네 돈은 네 거고, 이제부터는 박씨 가문 사람이니까 내 돈도 네 거야. 사람도 마찬가지고.” 평소에 냉철하기만 하던 박시우의 농담 섞인 말에 서예은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방금 주현진에게서 맞은 아픔과는 다른 화끈함이었다. 오랜만에 누군가한테 소중히 여겨지는 느낌에 서예은은 따뜻한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알겠어요.” “며칠 뒤에 부모님 뵐 거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마음껏 사. 가격은 신경 쓰지 말고.” 박시우의 세심한 배려에 서예은은 다시 한번 감동하였다. “네, 알겠어요.” 전화를 끊고도 서예은은 지금의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박시우의 말대로 곧 부모님도 뵈어야 하니 만날 때 드릴 선물도 준비해야 했다. 서예은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레스토랑 홀 쪽으로 걸어가며 식사 후 장은주와 쇼핑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예은이 돌아오자, 장은주가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찾으러 갈뻔했... 너 얼굴은 왜 그래?” 서예은은 별거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별일 아니야. 주현진이랑 서지안을 만나는 바람에 시간이 좀 걸렸어.” 장은주는 벌떡 일어나더니 격동된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 개보다 못한 년 놈들이 여기에 있다고? 혹시 널 때린 거야? 지금 어디 있어? 내가 가만히 안 놔둘 거야!” “이미 갔을 거야. 걱정하지 마. 나도 서지안 따귀 한 대 때렸으니까.” 장은주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입을 삐죽거렸다. “다음에 보면 내가 한평생 먹을 욕을 다 해줄 거야. 진짜 인간 말종들.” “그런 놈들 때문에 밥맛 떨어지겠어. 생각하지 말고 빨리 먹어. 먹고 나서 나랑 같이 쇼핑하러 가자. 선물 사야 해.” “알았어. 걱정하지 마. 오늘은 얼마든지 너랑 같이 있을 수 있어.” 장은주는 불만을 털어내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근처에 있는 프리미엄 백화점으로 향했다. 서예은과 장은주가 백화점에 발을 들이자, 화려한 조명 아래 전시된 수많은 명품이 눈부시게 빛나며 사치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장은주는 서예은의 팔을 끌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은아, 오늘 뭐 살 거야? 옷? 가방? 아니면 액세서리?” 서예은은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단 구경 좀 해보자.” ‘뭘 사면 좋을까?’ 박씨 가문은 경성에서도 으뜸가는 집안이라 그들이 가진 것보다 더 귀한 선물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니 선물은 값비싼 것보다 정성이 담긴 것을 고르는 게 중요했다. 서예은은 이곳저곳 유심히 살펴보며 쇼핑을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턱도 없이 운수가 사나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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