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서예은은 문득 저녁에 박시우가 마신 그 국을 떠올렸고 정미정이 자신에게 몰래 건넨 그 수상한 봉투도 생각났다. ‘혹시 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가?’ 순간, 서예은의 얼굴이 활활 달아올랐다. 박시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복잡한 눈빛으로 서예은을 바라봤다. “그건 보신탕이 아니야. 엄마가 일부러 나한테 분위기를 잡으라고 준 특별한 국이었어.” 서예은은 단번에 말뜻을 알아챘고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뭐라고? 어머님이 그런 걸...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박시우는 서예은의 손을 놓고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답답한 듯 말했다. “엄마가 손주를 보고 싶어 하는 건 너도 알잖아. 근데 이렇게까지 할 줄은 나도 몰랐지.” 서예은은 부끄러움에 온몸이 오그라들 것 같았다. 박시우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서예은은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미안해, 국에 그런 게 있는 줄 몰랐어. 마시라고 부추기까지 했잖아...” 박시우는 고개를 저으며 애써 웃어 보였다. “네 잘못은 아니야. 네가 어떻게 알았겠어.” 사실 정미정도 본래 이런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비상 상황과 다름없었다. 송희정이 요란하게 소란을 피우며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안고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그 여자가 아들과 며느리 사이를 뒤흔들까 싶어서 정미정이 먼저 선수를 친 것이었다. 게다가 혹시 자기 아들이 보기만 그럴싸하고 실제로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는 스타일일까 봐 직접 확인도 하고 싶었던 거였다. 방 안에는 묘한 침묵이 흘렀다. 어색함이 감돌던 그때, 서예은이 들고 온 봉투가 쓰러지며 안에 든 물건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 안에는 놀랍게도 섹시한 잠옷 한 벌과 향수 한 병, 그리고 쪽지 하나가 들어 있었다. [화이팅, 얼른 손주를 안겨줘!] 쪽지에 쓰인 글귀를 본 순간, 서예은의 얼굴은 귓바퀴까지 새빨개졌고 급히 봉투를 닫아버렸다. 고개를 들어 박시우를 보니 박시우가 뜨겁고 그윽한 눈빛으로 서예은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은아...” 박시우의 목소리는 나지막하고 거칠었으며 꾹꾹 눌러 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