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방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활기를 되찾았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 냉정하고 감정 기복이 없는 걸로 유명한 박시우가 이런 장소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너무 의외였다. “아이고, 박 대표님도 이제 마누라한테 잡혀 사는군요.” 한 협력 파트너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박 대표님한테 이런 날도 다 오네요.” 박시우는 개의치 않고 찻잔을 들어 조용히 한 모금 마시며 담담하지만 살짝 웃으며 말했다. “집에서 누군가가 챙겨주는 게 괜찮더라고요.” 또 다른 파트너가 잔을 들며 웃었다. “아하, 사모님 전화였군요. 그럼 우리 박 대표님의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고 사업이 대박 나길 바라며 한 잔 올립시다.” 박시우는 가볍게 잔을 들며 담백하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술이 몇 차례 오간 후, 업무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고 박시우는 자리를 떴다. 박시우가 회사로 돌아가려던 중, 송희정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송희정의 목소리는 다급하고 떨려 있었다. “시우 오빠, 나, 나 지금 누군가가 따라오고 있어요. 무서워 죽겠어요...” 박시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처음에는 인 비서를 보내려 했지만 인 비서가 다른 업무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래서 운전기사를 불러 직접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송희정이 사는 곳은 아까 손님들을 접대하던 장소에서 멀지 않았다. 박시우가 도착했을 때, 진민아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었다. 박시우가 다가가자 진민아는 허겁지겁 달려와 다급히 인사했다. “박 대표님.” 박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시퍼런 대낮에 감히 대놓고 스토커 짓을 한다니, 이런 대담한 사람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었다. 진민아는 순간 멈칫하다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요즘 희정이 리허설을 할 때, 계속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든다더라고요. 근데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오늘 제가 미팅하느라 같이 못 있었는데 그사이에 일이 터졌네요...” 진민아는 진심으로 자책하듯 말했다. “박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