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요 며칠간 꽉 조여왔던 긴장감이 박시우의 차가운 반응에 결국 무너져버렸다.
박시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농담하는 게 아니야. 본론으로 들어가자.”
송희정은 씁쓸하게 웃으며 딴 얘기를 꺼냈다.
“현관 앞에서 이렇게 서서 얘기할 거야?”
송희정은 박시우가 이 정도로 서예은을 감싸는 박시우를 보며 마음이 서늘해졌다.
이젠 박시우가 자기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꺼리는 것 같았다.
박시우는 공인인 송희정이 잠옷 차림인 걸 보고 이렇게 현관 앞에 서 있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결국 방 안으로 들어갔다.
진민아는 그 모습을 보자 슬그머니 문밖으로 나가며 조용히 자리를 비워주었다.
남녀가 단둘이 있는 공간이라면 순수하게 끝나지 않는 게 정상이었다.
특히 남자는 시각적인 동물에 불과했다.
송희정은 예쁘고 청순한 데다 몸매까지 뛰어났다.
게다가 예전에 둘 사이에 묘한 기류도 있었으니 지금 이 분위기는 뜨겁게 불타오르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진민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진민아의 계획은 틀려도 한참 틀렸다.
박시우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문을 열어 둔 채 진민아에게 말했다.
“진민아 씨는 송희정의 매니저니까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세요. 들어와서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얘기해 봐요.”
송희정은 순간 표정이 굳었고 말문이 막혔다.
‘이게 뭐야? 박시우는 눈치가 없는 건가, 아니면 아예 나와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건가? 난 사실 박시우랑...’
“시우 오빠, 이건 좀 민감한 일이니까 민아 언니가 함께 있는 건...”
“이 정도 위기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매니저를 바꾸는 걸 추천하겠어.”
박시우는 담담하게 송희정의 말을 끊었다.
그러자 송희정은 순간 욱해서 언성을 높였다.
“됐어요, 그냥 가세요. 여기 왜 온 거죠? 어차피 내 일이잖아요. 내가 알아서 할게요.”
딱 봐도 연인끼리 애정 싸움을 하는 듯한 말투였다.
예전 같았으면 박시우는 당연히 송희정의 비위에 맞춰주고 급히 달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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