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서현우는 눈을 내리깔았고 주먹을 꽉 쥐어 손톱이 손바닥 살을 거의 파고들 지경이었다.
유채하는 서현우의 참으면서도 초라해진 모습을 감상하듯 바라보다가 문득 싫증이 난 듯 느릿하게 발을 걷고 옆에 있는 강이현을 돌아보았다.
“리치는 어디 있어?”
얼음에 차게 식혀놓은 그릇을 강이현이 재빨리 건넸고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은색 포크를 집어 한 알의 투명한 과육을 찍어 유채하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방금 얼려서 지금 먹기 딱 좋습니다.”
강이현의 목소리는 낮고 다정했으며 아까 서현우가 무릎 꿇는 걸 냉담하게 지켜보던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유채하는 강이현의 손을 따라 리치를 베어 물었고 혀끝이 무심결에 그의 손끝을 스쳤다.
그 순간 눈빛이 어두워진 강이현의 손가락 관절이 미세하게 오그라들었다.
그 장면을 보고 서현우는 가슴이 묘하게 답답해졌으며 이름 모를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잠긴 목소리로 서현우가 외쳤다.
“유채하, 실컷 놀았어?”
유채하는 고개를 들어 미소를 띤 듯 아닌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 더는 못 참겠어?”
서현우는 이를 갈며 말했다.
“너는 분명 예전부터 장명도가 문제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일부러 내 체면을 깎게 한 거잖아, 내가 너한테 구걸하는 모습을 보려고 그런 거야?”
“그래서 어쩌라고?”
유채하는 가볍게 웃으며 강이현의 손등을 손끝으로 톡톡 건드려 다시 한 알을 먹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네가 바보인 건 네 탓이지, 누구를 탓해.”
서현우는 분해서 온몸이 떨렸지만 반박할 말이 나오지 않았고 그는 강이현을 노려봤으나 강이현은 그에게 한 번의 눈길조차 주지 않고 마치 유채하만이 그의 전부인 듯 모든 시선을 유채하에게만 쏟았다.
철저히 무시당하는 느낌은 굴욕보다도 견디기 어려웠고 서현우는 갑자기 비웃음을 흘리며 성큼 다가가 유채하의 손목을 붙잡았다.
“유채하, 네가 이렇게 하면 내가 꼬리를 내릴 거라고 생각해?”
그의 목소리는 낮고 날카로웠으며 약간의 잔인함을 띠었다.
“내가 말해두는데, 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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