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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고 유채하는 배승호의 별장 처마 밑에 서서 빗물이 땅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였다. 그 소리는 멀리서 들려오는 자전거 벨 소리마저 삼켜버릴 듯 컸다. 유채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빗속을 힘겹게 헤쳐 나오는 한 사람의 모습을 바라봤고, 강이현이었다. 흰 셔츠는 이미 빗물에 흠뻑 젖어 마른 듯 단단한 허리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주인님.” 강이현은 유채하 앞에 멈춰 서더니 재빨리 자전거 바구니에서 검은 우산을 꺼내 펼쳐 들고 건넸다. “차는 십 분 후에 도착합니다.” 우산을 받지 않은 유채하는 대신 위아래로 강이현을 훑어보았다. 긴 속눈썹에는 물방울이 매달려 있었고 입술은 추위에 창백해져 있었으나 그 눈동자만큼은 변함없이 고요했고 원망도, 불만도 전혀 비치지 않았다. “내가 준 블랙카드는?” 유채하가 갑자기 물었고 강이현은 우산을 쥔 손가락을 살짝 움찔했다. “지갑 안에 있습니다.” 한 발 앞으로 다가선 유채하와 강이현의 거리는 거의 그의 숨결에 닿을 만큼 가까웠다. “왜 안 써? 너를 부른 건 이런 낡은 자전거 끌고 와서 불쌍한 척하라는 게 아니야.” 강이현의 목젖이 불안하게 움직였고 빗방울이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갑작스럽게 연락을 받아 차량을 부르려면 시간이 필요했고 자전거가 더 빨랐습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덧붙였다. “주인님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문득 웃음을 터뜨린 유채하였고 그 웃음에 강이현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녀는 우산을 빼앗듯 받아 들더니 곧장 옆으로 내던지고 폭우가 두 사람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꽤 고집은 있네.” 유채하의 손끝이 강이현의 젖은 셔츠 깃을 스치듯 훑었다. “하지만, 강이현. 난 기다리는 걸 싫어해.” 바로 그때 검은색 세단이 조용히 다가와 눈앞에 멈췄고 운전기사가 허둥지둥 내리려 하자 유채하는 단 한 번의 시선으로 그를 제지했다. “카드를 줬으면 마음껏 쓰면 돼.” 그녀는 강이현의 귀 가까이 다가가 차갑게 속삭였다. “난 네가 느릿느릿 자전거를 밟고 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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