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다음 날 아침 아홉 시 오십 분, 한 대의 은은하게 고급스러운 검은색 세단이 정확히 별장 앞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 잘 다려진 흰 셔츠를 입은 강이현이 내렸다. 그의 몸에는 절제된 기품이 더해져 있었고 차 옆에 조용히 서서 유채하를 기다렸다.
열 시 정각, 별장의 대문이 열렸고 유채하는 간단하게 흰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머리끝에는 아직 물기가 남아 있어 막 샤워를 마친 게 분명했다.
그녀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손끝으로 차를 두드렸다.
“괜찮네. 제법 말을 잘 듣는구나.”
강이현은 재빠르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주인님, 오늘은 어디로 모실까요?”
“학교로.”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차에 올라타며 말했다.
“곧 논문을 제출해야 해서 도서관에서 자료를 좀 찾아야 해.”
강이현은 순간적으로 멈칫하며 늘 세상을 손바닥 위에 쥐고 사는 듯한 이 아가씨가 학업에 신경 쓸 줄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그래?”
눈을 가늘게 뜨며 유채하가 물었다.
“내가 공부할 사람처럼 안 보여?”
강이현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고 귓불이 은근히 붉어졌다.
“아닙니다. 주인님은 아주 뛰어나신걸요.”
가볍게 웃으며 유채하는 더는 묻지 않았고 강이현은 묵묵히 차를 운전했다.
운전하는 그의 손가락은 핸들 위에 가지런히 얹혀 있었고 길고 매끈한 마디가 눈길을 끌었다.
유채하는 의자에 기대어 옆얼굴을 스치듯 바라보다가 문득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똑똑한 남자가 왜 내 앞에만 서면 늘 이렇게 잔뜩 긴장하는 걸까.’
도서관에 도착한 후, 유채하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아 두꺼운 전공 서적을 펼쳤다.
강이현은 맞은편에 앉아 금융공학 책을 들고 있었지만 시선은 자꾸만 그녀에게로 흘렀다.
햇살은 유채하의 옆얼굴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았고 강이현은 이런 유채하를 본 적이 없었다.
늘 높은 곳에 군림하는 아가씨가 아니라 차분하고 집중하는 평범한 여학생 같았다.
불현듯 유채하가 고개를 들어 강이현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쳤다.
“이 문제 한번 봐 줄래?”
장난스러운 빛이 유채하의 눈동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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